처음 간 집에서도 집안일 척척…500억 투자 받아 가정용 로봇 만든 스탠퍼드대 박사들

2025-11-25     유형동 수석기자
선데이로보틱스 공동 창업자. (사진=선데이로보틱스)

가정용 로봇 시장에 새로운 기업이 등장했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선데이로보틱스(SundayRobotics)가 최근 자체 개발한 가정용 인공지능(AI) 로봇 '메모(Memo)'를 출시했다. 

로봇 '메모'는 주방, 거실, 세탁실 등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해 가사일을 대신할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메모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로봇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토니 자오(Tony Zhao) CEO와 청츠(Cheng Chi)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설립한 기업이다. 

토니 자오 CEO는 로봇공학 분야 연구를 이어가며, 테슬라와 구글 딥마인드 기업에서 머신러닝 과학자로 근무했다. 로봇 연구가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칠만큼 충분히 성숙해졌다고 판단한 그는 학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청츠 CTO는 토요타연구소에서 로봇 연구를 담당한 바 있다. 

(사진=선데이로보틱스)

이들은 2024년 4월 선데이로보틱스를 설립하고 새로운 가정용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자오 CEO와 청츠 CTO는 그들의 아파트에서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듬해 2월 마운틴뷰에 위치한 '해커 하우스(창의적인 협업 공간)'에 새로운 연구 거점을 마련했다. 

30명 이상의 직원들과 가정용 로봇 개발에 매진한 결과 18개월 만에 로봇 '메모'를 내놓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털인 '벤치마크'로부터 3500만 달러(약 516억원)를 지원받았다. 로봇 메모는 500여 가구에서 수집한 수천 시간 분량의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됐다. 

상체는 사람 모습을 본떴으며, 하체는 바퀴형 구조로 제작됐다. 선데이로보틱스는 안전과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로봇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넘어질 위험이 큰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대신 바퀴형 구조를 채택했다고 했다. 이 덕분에 무게 중심이 안정적이며, 전원이 꺼져도 쓰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로봇 메모는 빨래 개기, 식기세척기 작동, 신발 정리, 커피 추출 등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다른 가정용 로봇과 달리 로봇 메모는 별도의 설정 없이도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스킬 캡처 글러브를 착용하고 작업 시범을 보이면, 글러브 내 AI가 동작을 학습하고 로봇이 똑같이 수행할 수 있다. 

자오 CEO는 "모든 가족의 안전을 염두에 두고 메모를 개발했다. 이는 가정용 로봇 공학의 전환점이다"라며 "바쁜 가정을 위해 설계된 메모는 24시간 내내 당신의 삶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드린다"라고 말했다. 

로봇 메모는 2026년 베타 테스트를 완료한 이후 대량 생산될 예정이다. 로봇 메모를 한 대 제작하는 데 약 2만 달러(약 3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대량 생산을 통해 비용을 최소 5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선데이로보틱스의 설명이다. 

선데이로보틱스에 투자한 벤치마크의 제너럴 파트너인 에릭 비슈리아는 "AI 로봇의 미래는 뒤로 공중제비 돌거나 춤추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고 현실적인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