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 '초급 개발자' 찍어내기식으론 오래 못간다

2024-03-10     진광성 기자
생성형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가운데 '코드 설계 및 검증' 등 초·중급 개발자의 업무까지 AI가 대체하고 있다. (사진=이디오그램)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 수요가 줄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급 개발자들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 IT 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는 말이다. 채용은 둘째치고 잘 다니던 직원들마저 해고하는 추세다. 글로벌 빅테크부터 시작한 '개발자 칼바람'이 중소 IT 기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뭘까. 

지난 몇 년간 AI, IT 기업이 우후죽순 생겼고, 그만큼 '개발자 수요'도 높았다. 개발자는 앱이나 서비스,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앱을 받으려는 대중들이 급격히 줄었다.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앱만 사용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런 문화 속에서 신생 IT 기업은 갈수록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졌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을 제외하곤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 기업을 영위하는데, 이마저도 금리 인상으로 녹록치 않다. 

'개발자 칼바람'이 거세지는 가장 큰 요인은 '생성형 AI'의 등장이다. 텍스트에 이어 이미지, 동영상을 만드는 것까지 AI의 몫이 됐다. 콘텐츠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개발 코드도 잘 짠다. 고급 개발자들은 자신의 코드를 검수하는 역할을 AI에게 맡기기도 한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생성형 AI가 대체할 수 있는 초급 개발자, 마케팅, 고객 응대 등 직군 인력들을 감축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아마존은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고, 애플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AI 조직을 해체하기도 했다. 이 조직은 본래 AI 음성 비서 '시리'를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해당 부서의 수명이 다했다라고 판단한 셈이다. 세계 최대 IT 기업 구글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1만 20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올 들어 1000명이 넘는 직원이 짐을 쌌다. 퇴직금만 해도 3조 8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AI 중심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의 AI 기업들도 상황은 어떨까. 최근 취재차 만난 AI 기업 대표 A씨도 지난해 말 직원 3명을 구조조정했다고 한다. 기업 대표는 "6개월에서 1년 간 AI 교육을 받은 인력들만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고, 초급 개발자들이 해야 할 업무는 이제 생성형 AI로 대체가 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1년도 채 되지 않는 교육 기간으로 양성된 초급 개발자들을 채용하는 것보다 챗GPT와 같은 AI 도구들을 유료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생성형 AI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반갑다고도 귀띔했다. 학계·업계에서 소위 '코딩학원' 방식처럼 단순 지식을 주입하고 속성으로 프로그램·웹 개발을 배우는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적어도 국비로 운영되거나 지자체가 추진하는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와 같은 기관에서는 변화가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비전공자나 재직자 등 새로운 진로를 설계하는 이들에 AI사관학교는 분명 한줄기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취업 시장이 녹록치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AI포스트가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 기수별 취·창업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기 68.8%, 2기 50%, 3기 71.1%, 4기 8%(진행 중)를 기록했다. 취업을 아직 못한 졸업생, 취업을 했다가 퇴사한 졸업생들은 데이터에 포함되지 못했을 것이다. 

1기부터 4기까지 사관학교를 졸업한 개발자 910여 명 가운데 490여 명은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지 못했거나 혹은 취업했다가 퇴사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 초급 개발자로서의 현실을 깨닫고 퇴사한 이들도 포함된다. AI 업계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를 광주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주관기관(스마트인재개발원, 엘리스, 한국표준협회)은 주시해야 한다.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코딩학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커리큘럼으로 1년에 몇백 명씩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AI 광주'에 도움되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개발자 수요는 줄고, AI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 가운데 현재의 AI사관학교의 방향성이라면 오래 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잘 아는 개발자', '특정 분야에 정통한 개발자'를 원하는 게 기업들의 진정한 목소리다. 기업에게 필요한 인재를 양성해야 취업률도 향상된다. 다변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