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그곳'의 털이 곱슬인 이유는? 머리에 심는다면?

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의 현장 취재기 국내 대표 과학 유튜버·커뮤니케이터 지식인미나니

2024-03-13     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
(사진=지식인미나니)

지난해 말 '그곳'의 털이 머리카락에 비해서 더 두껍고 곱슬한 새로운 가설이 제시됐다. 서강대학교 바이오계면연구소가 발표한 연구 결과이다. 과학현장을 직접 다니며 취재하는 필자는 지난해 연구소를 찾았다. 사람의 음모(陰毛)를 어떻게 연구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이 질문에 신관우 서강대 교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 때문이죠"라고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인 20·30·40대 남성의 머리카락과 동일한 사람의 음모를 비교한 결과 머리카락을 보호하고 있는 큐티클층이 음모의 경우 더 두껍고 단단하게 겹쳐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머리카락은 직모, 곱슬, 반곱슬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사람의 음모는 대부분 곱슬곱슬하고 거칠다. 그 이유가 큐티클층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전자현미경과 첨단 분광 장치를 이용해 머리카락과 음모를 관찰한 비교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음모의 단면은 평평하면서 위아래가 눌러져 있는 모양을 띄고 있었다. 반면 머리카락의 단면은 동그란 모양으로 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에는 큐티클이 고르게 감싸고 있었다. 쉽게 말해 평면상 직모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사진=지식인미나니)

이를 납작하게 눌렀다고 가정해 보자. 결과적으로 바깥쪽의 큐티클이 어떤 부분은 두껍고, 또 어떤 부분은 얇게 눌리는 형태를 띤다. 아무리 머리가 직모인 사람들도 음모의 경우 곱슬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머리카락과 음모는 태생부터 다르다라는 이야기다. 

머리카락을 감싸고 있는 큐티클층의 형태가 머리카락의 품질을 좌우한다. 1층부터 6층까지 겹겹이 쌓인 큐티클층이 머리카락 내부를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음모와 머리카락을 비교해 보면 층의 개수와 두께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신관우 교수는 필자에게 머리카락과 관련된 신기한 사실도 전해줬다. 

머리카락은 황산이나 염산에 담가도 녹지 않는다고 한다. 고기나 가죽 등에 황산, 염산을 뿌리면 녹는 것처럼 손상이 생긴다. 단백질로 이뤄진 머리카락이 녹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신 교수는 머리카락을 녹이지 못하는 게 털의 구조에서 어떤 부분일까라는 점을 고민했다고 한다. 결국 그 이유가 큐티클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알게 됐단다. 

신관우 교수 연구팀은 당초 염색약과 머리카락 손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머리카락이 황산과 같은 강력한 산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몸에 난 여러 종류의 털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큐티클층의 차이를 발견하게 됐다. 음모의 큐티클은 모발 내부의 화학적, 물리적 변성을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사진=지식인미나니)
(사진=지식인미나니)

필자는 연구진에게 음모를 머리에 다시 심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머리에 심을 때는 음모의 모낭 전체를 이식해야 한다. 그러면 머리에 꼬불꼬불한 털이 자라게 된다. 곱슬머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음모를 실제 머리에 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보통 가슴털을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신관우 서강대 교수는 “음모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일반적 과학저널의 관심 대상이 아니어서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오래 걸렸다”면서 “일반 대중과 동일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 결과가 인간의 진화에 의한, 또한 외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생물학적 적응이라는 큰 주제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현장취재는 서강대학교, 과학동아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