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철진] 자전거타고 출근하는 풍경
아침 출근 시간대 차량이 많이 막힌다. 광주는 현재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진행 중으로 러시아워 시간에 짚봉터널을 지날 때면 터널 입구 100m 전까지 차들이 늘어서 있다. 최근 들어서는 공사가 본격화하면서 교통체증이 더 심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전거 출근이다.
필자는 카카오티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이 자전거의 장점은 필요시에만 이용하고 돈을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다. 관리비가 별도로 들어가지 않아서 좋다. 또한 집 가까운 도로변에 놓여있어 스마트폰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 편리하다.
자전거를 타면 시원한 바람을 가로지르는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가면 온 몸에 생기가 돋는다. 여기에 길 위의 풍경과 함께하는 어울림이 참 좋다. 가로수변에 피어있는 연분홍 무궁화꽃과 백일홍, 나팔꽃, 민들레, 그리고 가을철에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잔치 등 주변 꽃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반가운 미소를 보내준다. 특히 비온 뒤 도심의 자연은 더 파릇파릇하다.
이 글을 쓰기 전날 월드컵 경기장 앞 4거리에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우거진 나무숲에서 새 한 마리가 “짹~~짹~”하며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몸집이 꽤 큰 걸 보니 엄마 품을 떠나 독립하려는 모양이다. 조금 지나니 엄마 새가 울음소리에 화답하며 안심시켜준다.
자전거길을 따라 천천히 지나가다 보면, 아침을 여는 시민들의 바쁜 일상이 들어온다. 장사를 하기 위해 상가 문을 열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공사현장에서 작업준비하느라 분주한 사람들,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고개를 숙이며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 다리가 다쳐 휠체어로 아이를 태우고 등교를 시키고 있는 학부모,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 대부분의 시민들은 핸드폰을 보며 손놀림이 바쁘다.
핸드폰은 이제 우리 몸의 일부가 된 듯 잠시라도 손을 떼지 못하는 아픈 현실이다. 최근에 들은 유머인데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서 사람과 허수아비를 구별하는 방법이 뭐냐”고 묻자, 다른 참새가 “핸드폰을 하지 않으면 허수아비란다” 웃음이 난다.
은행나무 밑을 지나는 초등학생이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을 밟지 않기 위해 신발 뒤꿈치를 들고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조심 움직이는 모습이 앙증맞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지역에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다. 그 이유는 은행나무가 유독 병해충에 강하며 도심에서 생존력이 강하기 때문이란다.
궁금하던 차에 은행나무에 대해 더 찾아보니,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저자이자 나무의사 우종영씨는 “은행나무는 수천년동안 인류의 조상들과 오랜시간 사람들과 함께한 나무이다. 여름이면 푸른 그늘로, 낙엽지는 가을이면 연인들의 쉼터로 해를 지나서는 책갈피에 끼워진 추억으로 늘 우리와 함께하는 나무가 은행나무이다. 그리고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독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혈액순환제로 알고있는 ‘징코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은행나무가 만들어 낸 일종의 독이다. 그런데 살기위해 자구책으로 만든 독이 결과적으로 주위의 모든 생명체를 물리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자전거를 이용하여 출근하면 더 좋은 점은 길이 막히지 않아서다. 도로에 줄줄이 서 있는 차들을 뒤로하며 자전거도로로 ‘횅~’ 하니 지나칠 때면 자전거 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주차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덤이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인도(人道)와 같이 있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인도에 나무뿌리가 솟아있어 길이 울퉁불퉁하여 불편하다. 개선할 방법은 없는 걸까? 고민해 본다.
이러한 풍경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자전거를 탈 때 속도를 내지 않아서이다. 속도만 생각하고 빠르게 페달을 밟으면 주변의 풍경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인생의 페달을 여유 있게 밟아 균형을 맞추면 사소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태도가 생기게 된다.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이,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내게 ‘의미’가 될지 아닐지는 나의 태도에 달렸다”고 ‘기록의 쓸모’ 이승희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균형을 유지하려면 계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많은 이들이 인생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쓰러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 길이 있다는 점.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홀로 돌파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 ‘가을’, 자전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도심’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임철진 광주 서구청 민원봉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