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스닙팟톡] 창업 1년 8개월 만에 유니콘 등극한 '퍼플렉시티', 구글에 도전장…"기업 문화를 보면 성공이 보인다"

2024-05-03     이성규 스닙팟 대표
왼쪽부터 Johnny Ho, Aravind Srinivas, Denis Yarats 퍼플렉시티 공동창업자. (사진=퍼플렉시티)

오픈AI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AI 업계에서 최근 가장 '핫(Hot)'한 기업으로 떠올랐다. 창업 이후 구글과 맞상대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퍼플렉시티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창업 2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이 유니콘에 등극하고, 단기간에 혁신적인 AI 검색 엔진을 개발한 점을 보면 그들의 포부는 그저 헛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한다. 잇단 투자 유치로 직원을 대거 늘려 기술을 고도화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퍼플렉시티의 직원은 50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상 구글이라는 '골리앗'에 퍼플렉시티라는 '다윗'이 도전하는 셈이다. 현재로서의 상황은 매우 순조로워 보인다.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현재 1000만을 넘어섰다. 거물급 인사들의 투자도 이어진다. 가장 '핫'한 AI 스타트업으로서 정진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에는 남다른 업무 방식, 기업 문화가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퍼플렉시티에는 어떤 문화가 자리 잡고 있을까. IT프로덕트와 스타트업 관련 콘텐츠를 발행하는 '레니 뉴스레터'를 참고해 퍼플렉시티의 인재상, 업무 방식, 팀 운영, 기업 문화 등에 대해 짚어봤다. 

(사진=퍼플렉시티)

"팀은 최대한 작고 수평적으로, 마치 세포처럼!"

퍼플렉시티는 팀을 최대한 단세포 점균류(Slime Molds)처럼 구성한다고 한다. 점균류 조직은 스트라이프 전략 담당자인 '알렉스 코모로스케(Alex Komoroske)'가 소개한 개념이다. 조직을 피라미드형 구조가 아닌 최대한 작은 단위로 구성한다. 단위 별로 커뮤니케이션이 수평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가 아닌 필요한 누구든 병렬적으로 연결되고 요청 가능한 문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병렬적 구성을 위해서는 서로가 조율하는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최상위 목표가 모든 구성원에게 잘 일치되도록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개인들은 스스로 이러한 상위 목표에 적합한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는다. 또한 이를 위해 재사용 가능한 가이드와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힘을 쓴다.

"팀의 규모는 평균 2~3명, 심지어 1명도 OK"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탄력적으로 운용되는데, 보통 2~3명으로 구성된다. 아주 어려운 프로젝트에는 4명까지도 참여한다고 한다. 예상컨대 비즈니스 담당자 1명, 디자인 인력 1명, 프론트 엔지니어 1명, 백엔드 엔지니어 1명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심지어 1명으로도 팀 운용이 충분할 경우 해당 팀은 1명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현재 자동화되어 생성되는 팟캐스트인 '디스커버리 데일리 팟캐스트(Discovery Daily Podcast)'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해당 프로젝트도 1인 팀 프로젝트라고 알려졌다. 대분류로 보자면 제품팀, R&D팀, 디자인팀, 비즈니스팀 유형이 있으며 각 팀 유형별로 다른 스택과 레이어로 A/B 테스트를 수행하면서 성과를 측정한다. 

결국 최상위 공통 지표 개선과 일치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특정 프로덕트 구성 요소에 묶이지는 않게, 되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얼마든지 프로덕트의 구성 요소는 바뀌고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주간 단위 목표 설정, 목표의 75% 달성 위해 매진 

프로젝트 계획은 분기 단위로 세우고 관리한다. 분기 단위를 넘어서는 계획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AI 업계에서 미래 예측이 어렵다고 판단된다. 분기 별로 세운 계획도 진행하는 과정에서 조정 단계를 거친다. 중간 조정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과 퍼플렉시티 공동창업자 아라빈드 스리니바스(Aravind Srinivas). (사진=스리니바스 엑스)

그리고 목표는 최대한 정량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통 70% 정도를 달성하며 달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인을 철저히 분석한다. 한 주를 시작하며 회의를 하는데, 이때 상당히 높은 목표를 설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까지 75% 달성을 위해 매진한다. 상당히 치열하게 일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형 매니저는 빠져라! 제품 중심 인재 '어서 오시게'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내는 인재들을 주로 채용한다. 이런 인재들을 소위 IC(Individual Contributor, 개인 기여자)형 인재라고 부른다. IC 인재들을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매니저 채용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스스로 성과를 만들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가이드를 주면서 일하는 직원들은 가급적 채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50여 명 중 프로덕트 책임자(PM)가 단 2명?

50여 명의 팀원 중 정규직 PM 직급은 웹 프로덕트 책임자 1명, 모바일 프로덕트 책임자 1명으로 2명이 전부라고 한다. PM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프로젝트가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야 할지를 결정하거나 프로젝트별로 자원을 얼마나 투입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더불어 사용 사례 파악을 통한 우선순위 결정도 PM의 역할이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의미하는 PM 업무가 주로 팀원들이 조화롭게 일하도록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매니저 유형의 업무를 의미할 때가 많지만, 퍼플렉시티는 그러한 인재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이디오그램)

이력서에 스크럼, 애자일과 같은 단어가 포함돼 있다면 본인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대신 PM들은 프로덕트별 최상위 지표를 관리하고 최고전략책임자(CSO)에게 수시로 보고를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 구성과 자원 관리,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정하는 자리인 만큼 수학적인 분석과 판단력이 요구된다.

퍼플렉시티가 일하는 방식

개인별로 일하는 방식은 스티브 잡스가 강조했던 개념인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위 레밸 목표가 프로젝트에 주어지면 1명의 DRI가 지정되고 그때부터 각 구성원은 최대한 각자 독립적이고 병렬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각 작업의 의존성이 없도록 할당한다.

개인별로 각자 충분히 피드백을 받을 수준이 되면 이를 Slack에 공유한다. 배포된 기능을 통해 일명 '개밥 먹기(Dogfooding)' 문화를 적용, 내부적으로 충분히 피드백이 오고 가면서 튜닝이 된다. 충분히 내부적으로 프로덕트를 견인할 수준이 된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프로덕션에 릴리즈 된다고 한다.

수평적으로 연결된 조직 구조이기에 누구나 쉽게 요청하고 연락할 수 있지만 동시에 너무 잦은 커뮤니케이션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별도의 장치가 마련돼 있다. 여기서 AI의 도움을 받는다. 항상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반드시 AI에게 물어본다고 한다. AI 검색 엔진을 개발하는 퍼플렉시티로서는 당연한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사진=퍼플렉시티)

흥미로운 건 인공지능 성능 자체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훌륭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더불어 질문을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결책이 떠오르는 경우도 많아 매우 유용하다. 퍼플렉시티가 사용하는 업무 지원 도구들은 ▲Linear(리니어) ▲Notion ▲Unwrap.ai ▲Slack 등이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바텀-업' 방식에서 나온다"

제품 중심 문화를 매우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퍼플렉시티 역시 그러한 스타트업이다. 제품 중심 문화란 여러 채널(외부 혹은 팀 내부)에서 수집되는 피드백들을 정제해서 많은 고객에게 사용되도록 직관적인 형태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적용되거나 개선돼야 할 수많은 목표와 그에 필요한 프로젝트, 새로운 기능들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결정될까. 퍼플렉시티도 최상위 목표와 그에 필수적인 일들은 '톱-다운(Top-Down)'으로 정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바텀-업 방식에서 나온다. 먼저 Slack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는 등 의견을 나눈다. 이후 Linear에 정제된 아이디어가 수집돼 올라간다. 역할을 정하지 않아도 누군가 코딩을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단위로 커지게 되는 방식이다. 

보통 작은 아이디어가 큰 규모의 프로젝트로 커질지에 대해 예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쩌면 퍼플렉시티도 그렇게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해커톤에서 며칠 만에 개발한 프로토타입이 스타트업의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퍼플렉시티의 업무 방식이나 기업 문화 등은 국내외 스타트업들에게도 좋은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닙팟(Snippod)도 다양한 선도 사례, 우수한 문화를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