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민의 IT온에어] 라인야후 사태로 더 치열해진 '데이터 주권' 경쟁
송태민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지난 2011년 6월 네이버 일본 자회사인 NHN재팬이 라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무리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들, 출시 초기부터 인기를 끌기는 어렵다. 라인도 그러했다. 더구나 일본에서 네이버의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13년이 지난 지금, 일본 내 라인의 위상은 압도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9600만 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가 됐기 때문.
라인은 일본 시장을 기반으로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를 포함, 아시아 시장에서 2억 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공 발판이 된 일본 시장을 라인은 어떻게 공략했을까.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 일본인들은 구조를 요청하고 생존을 확인하는 '핫라인'으로 라인을 사용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공공 인프라로 자리매김했고, 갈수록 행정 업무와 결제 등 사회적 인프라로 떠올랐다. 생활 곳곳에 파고들었다.
라인을 대체할 일본 내 토종 플랫폼이 전무하다. 이 상황에서 라인의 영향력과 의존성이 날로 커지니, 일본 입장에서는 탐 낼 만하다. 집권당에서 라인이 공공재라며 네이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호시탐탐 노려왔을 것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라인야후에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 직원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생긴 일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구실로 삼고, 네이버와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야욕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애초에 일본과 엮이지 않았으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라는 의문이 나올 수 있다. 자국중심주의가 강한 일본에서 한국 기업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고도의 현지화 전략을 네이버는 선택했던 것이다. 경영진의 국적 논란이 생겼을 때도, 이사회의 과반수가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다며 논란을 피했다.
그럼에도 압박이 지속됐다. 그렇게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됐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지분 관계 정리를 요구하는 배경은 뭘까. 결국 라인야후 사태의 본질은 '데이터 주권'이라고 본다. 인공지능(AI) 등 산업을 육성하려면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데이터 주권을 자국 정부와 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도다. 비단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쥐고 있어야 경제, 안보 측면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중국도 데이터 주권을 굳건하게 지키기 위한 방향성을 견지하고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며, 두 나라 모두 디지털 빗장을 내걸고 있다. 이 모두 데이터 주권을 위해서다. 라인야후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네이버는 대통령실이 표명한 입장을 계기로 라인야후 지주사(A홀딩스) 지분 매각 관련 장기 협상 태세에 돌입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라인야후에 대한 지배력을 잃으면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모두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데이터 주권이 국익 차원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 외교적으로 풀 문제는 풀고, 산업적으로 부당하거나 차별적인 대우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데이터 주권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I 시대, 데이터를 지키는 것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국민의 정보 주권을 지키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매스미디어 활동 이력
현) AI 전문언론 'AI포스트' 고정 칼럼니스트 [송태민의 IT온에어]
현) KBS 2TV 해 볼만한 아침 [미래먹거리연구소]
현) KBS 1라디오 오늘아침1라디오 [또 다른세상 IT]
현) TBN 김경식의 으라차차 [미래모빌리티의 모든 것]
전) KBS 1라디오 최승돈의 시사본부 [IT 따라잡기]
전) KBS 2TV 차정인기자의 T-Time 등 다수 코너지기
주요 이력
▲ 現 히든브레인연구소 소장
▲ 現 열린인공지능 출판사 대표
▲ 現 한국예술원 특임교수
▲ 前 SK디스커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前 LG유플러스 IoT 신사업발굴 책임
▲ 前 어비팩토리 대표
▲ 前 SK플래닛 UX designer
▲ 前 현대 엠엔소프트 TDX 디자이너
▲ 前 SK커뮤니케이션즈 신사업팀
주요 저서
▲ 인간이 지워진다(AI 시대, 인간의 미래) <메디치미디어> 2023
▲ 모든 명언의 시작, CLOVA X <열린인공지능> 2023
▲ 챗GPT 마스터 기술 <열린인공지능> 2023
▲ 숏폼으로 브랜딩하다 <21세기북스> 2021
▲ Hybrid Offline Business <출판사아님> 2021
▲ O2O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 <한스미디어> 2016
▲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0.9 <한빛미디어> 2015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를 위한 웹표준 <제우미디어> 2009 등 50여 권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