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규제·부자증세에…진보 성향 '실리콘밸리 투자자들', 바이든에 등 돌린다

2024-05-27     유진 기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President Biden X, Donald J Trump Youtube)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실리콘밸리의 표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안과 인공지능(AI), 암호화폐 등 분야의 개발 규제 정책에 실망한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과 같은 저명한 기술 벤처 투자자들은 일명 '억만장자세' 증세안과 인공지능(AI)·암호화폐 분야의 개발 규제 등에 실망해 바이든 대통령에 등을 돌리고 있다. 

스퀘어, 페이팔에서 일한 바 있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투자자인 케이스 라보이스(Keith Rabois)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라보이스는 자신이 트럼프의 팬은 아니라고 밝히며 "공화당원을 의회에 선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 "AI 규제 과도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의 공동창업자 마크 안드레센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AI 개발 단계부터 취약점을 찾아 안정성 테스트 결과를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기술이 활성화된 낙관적인 미래를 지지하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지지할 것"이라고 썼다. 

마크 안드레센. (사진=Marc Andreessen X)

인기 팟캐스트 ‘올인(All-In)’의 공동 진행자이자 투자자인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페이팔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다음달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트럼프를 위한 모금 행사를 주최하고, 인터뷰도 진행할 계획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삭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4년 동안 그를 향한 마음이 바뀌었다고 했다. 

삭스는 "트럼프보다 바이든과 더 큰 의견 차이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지 않는 스타트업 창업자를 처벌하는 정책을 인용했다. 삭스는 "스타트업 업계의 시스템을 죽일 수 있다"라며 "실리콘밸리가 누구에게 투표할지 깊이 고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친(親)노조 성향인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노선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자증세' 꺼낸 바이든에 불만 커져

저명한 기술 투자자인 벤처 투자가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과거에 민주당을 지지했었지만 최근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인물이다. 실리콘밸리에선 전례가 없는 일이다. 차마스 팔라하피티야는 데이비드 삭스의 트럼프를 위한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투자자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세제 개편안과 기술 분야의 과도한 규제 등에 불만을 품고 있다.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사진=Chamath Palihapitiya X)

실제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는 향후 10년 동안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고,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소득 상위 0.01%에 최소 25%의 세율을 적용해 자산 증가분에 과세를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일부 벤처 투자자들은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업들의 인수를 공격적으로 저지한 것에 실망했다고 토로한다. 또한 바이든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이 암호화폐 회사들에 적대적이었던 것도 불만의 배경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