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말고 X와 xAI에 갖다주세요…"머스크, 엔비디아에 예약한 테슬라용 AI칩 X·xAI로 돌려"

2024-06-05     유형동 수석기자
(사진=이디오그램)

인공지능(AI)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가장 애용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인 엔비디아의 H100이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엔비디아의 단골 고객 중 하나다. 자율주행용 AI 개발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테슬라는 연말까지 자율주행 개발용 반도체 수를 3만 5000개에서 8만 50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용으로 주문한 AI 반도체 칩을 다른 곳으로 먼저 공급해 달라고 엔비디아에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자율주행 관련 인프라 구축보다 급한 곳은 어느 곳일까.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엔비디아 내부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메일을 입수해,  머스크가 당초 테슬라용으로 주문했던 AI 반도체 칩을 X와 xAI에 먼저 배송하도록 지시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xAI는 머스크가 설립한 AI 스타트업으로 거대언어모델(LLM) 그록(Grok)을 개발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이디오그램)

엔비디아의 고위 간부가 작성한 메모에는 "머스크는 원래 테슬라에 공급될 예정인 엔비디아의 H100 GPU 1만 2000개를 X로 재배정했다"라며 "대신 1월과 6월에 예정된 X의 H100 1만 2000개 주문은 테슬라로 재배정됐다"라고 쓰여있다. 테슬라에 투입됐어야 하는 GPU가 X와 xAI로 배송됐다는 것이다.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생성형 AI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xAI 위해 세계 최대 GPU 클러스터 구축 구상 중"

특히 엔비디아 내부 이메일에에서는 테슬라가 지난 4월 세계에서 약 10% 이상의 인원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힌 이후 단행되고 있는 해고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다. 이에 따라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가동하고 있는 AI 슈퍼컴퓨터 '도조(Dojo)'의 클러스터 구축 프로젝트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보도했다.

(사진=미드저니)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머스크가 xAI를 위해 노스다코타에 '세계 최대의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6월에 일부 용량을 온라인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메모에는 올해 말까지 xAI에 10만개의 칩을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머스크의 지시'가 기재돼 있다고 전해졌다. 

테슬라 추가 지분 확보 못하면 외부에서 AI 개발한다는 머스크

머스크는 수년 동안 테슬라가 AI 분야에서 선두주자라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X를 통해 테슬라가 AI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회사에 대한 더 많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썼다. 

머스크는 X에 "25%의 의결권(지분) 없이 테슬라를 AI 및 로봇 공학 분야의 리더로 성장시키는 것이 불편하다"라며 추가 지분 확보가 불가능하다면 테슬라 외부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의 위임장 제출 자료에 따르면 머스크는 현재 회사 발행 주식의 20.5%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미드저니)

2018년 급여 패키지의 일부로 머스크에게 부여된 주식매수청구권이 포함돼 있다. 테슬라의 AI 기술을 X나 xAI에서 개발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평가된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수십 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테슬라의 기술 및 직원들을 고용해 회사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일부 직원은 두 개의 머스크 회사에 소속돼 근무하기도 한다. 

한편 CNBC는 "이번 결정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텍사스나 뉴욕에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로봇공학의 모델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을 기꺼이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