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진대회에 '진짜 사진' 출품한 '전문 사진작가'는 과연 몇 등 했을까?

2024-06-14     조형주 기자
사진 콘테스트 AI 부문에 출품한 작품에 나왔던 홍학의 실제 모습. 출품한 사진에는 홍학의 머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milesastray 홈페이지)

한 전문 사진작가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사진의 작품성을 겨루는 경연대회에 자신이 찍은 '진짜 사진'을 주최 측에 밝히지 않고 출품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는 왜 AI 사진대회에 참가했으며, 과연 그의 작품은 몇 등이나 했을까. 

전문 사진작가 마일즈 아스트레이(Miles Astray)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AI 사진대회에 참가한 배경과 최종 성적을 공개했다. 그는 권위 있는 사진 콘테스트인 '1839 칼라 포토그래피 어워드(1839 Color Photography Awards)'의 AI 부문에 자신이 찍은 작품을 출품했다고 한다. 

그가 제출한 사진은 머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플라밍고(홍학)의 모습을 담은 작품 '플라밍곤(FLAMINGONE)'이다. 머리를 숙이고 있는 플라밍고를 절묘한 각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심사위원단에는 뉴욕타임스, 게티이미지, 파이돈 프레스 등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실제 사진 콘테스트 AI 부문에 출품한 작품 '플라밍곤'. 해당 사진을 본 심사위원단 가운데 누구도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이라고 눈치채지 못했다. (사진=milesastray 홈페이지)

심사위원들도 네티즌들도 그의 작품을 보고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게 사진작가 마일즈 아스트레이의 작품은 큰 관심을 받았고, 네티즌 투표 어워드를 비롯해 '1839 어워드 AI 부문' 동상을 차지했다. 권위 있는 사진대회의 첫 AI 부문 수상작이 '인간이 찍은 작품'이 된 것이다. 

주최 측은 진짜 사진과 AI가 생성한 사진을 동일한 선상에 두지 않기 위해 AI 부문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는 왜 주최 측에게 사람이 찍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고 AI 부문에 출품했던 걸까. 그는 "AI 생성 콘텐츠가 디지털 환경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동시에 콘텐츠의 미래와 그 뒤에 있는 창작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대자연과 인간이 여전히 기계를 이길 수 있으며, 창의성과 감정이 단순한 숫자 이상의 것임을 증명했다"라고 밝혔다. 

사진 분야에서 AI의 창의성이 인간을 뛰어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에 반감을 갖고, 인간이 찍은 사진으로 AI와 대결해 보고자 했던 의도로 풀이된다. 마일즈 아스트레이는 주최 측에 자신이 전문 사진작가임을 밝혔다. 이에 주최 측은 고민 끝에 그의 수상을 취소했다.  

1839 어워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이사인 릴리 피어먼(Lily Fierman)은 "이번 마일즈 아스트레이의 작품이 AI에 대해 걱정하는 많은 사진작가들에게 인식(희망의 메시지)을 가져다 주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사람이 찍은 사진을 AI 이미지로 둔갑시켜 출품을 하긴 했지만, 인간 작가의 저력을 보여준 점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