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맨' 출신 89세 일본 할아버지가 '앱 개발' 도전한 이유…"2년 전 세상 떠났다면 챗GPT 못 써볼 뻔"
"챗GPT에 코드 관련 1000개 질문 던져"
"요즘 인공지능(AI) 기술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아. 나만의 챗봇도 만들고, 개인용 비서로도 쓸 수 있대. 이제는 코딩학원 다닐 필요도 없이 챗GPT가 코드도 짜준다던데."
챗GPT 등장 이후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으레 나오는 이야기다. 실제 챗GPT 등 AI 모델들이 코드 작성에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업계에서도 활발하게 활용 중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챗GPT의 도움만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일본에 거주하는 89세 할아버지가 노인용 앱을 만들어 화제다. 청년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일본의 한 어르신이 해낸 것이다. 고령의 나이에 코딩을 어떻게 배웠으며, 앱 개발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뭘까.
노인용 앱 개발자는 89세의 토미지 스즈키(Tomiji Suzuki)씨. 스즈키씨는 일본의 노인들의 삶을 돕기 위해 11개의 무료 앱을 개발했다. 그가 노인들을 위한 앱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자신의 물건 등을 깜빡깜빡 잊는 일이 빈번해지면서부터다.
열차에 탑승하려고 하다 그는 '의치'를 챙기지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앱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즈키씨는 "늙은이들에게 이런 일이 있다"라며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청년들이 노력하더라도 노인들의 요구와 기대를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지난 4월 노인들의 외출 준비를 돕는 앱을 제작했다. 지갑, 보청기, 환자 등록 카드에 이르기까지 집을 떠나기 전 기억해야 할 물건들을 슬라이드쇼, 목소리로 알려주는 앱이다.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챗GPT에 약 1000개의 코딩 관련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는 생성형 AI 챗봇을 '훌륭한 교사'라고 묘사하며, "운이 좋았다. 1~2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면 챗GPT를 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앱 개발에 활용한 코드를 제대로 얻었다면, 스즈키씨의 질문 능력도 뛰어난 셈이다. 비결은 뭘까. 스즈키씨는 무역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상사맨' 출신이다.
자동차 등을 수출하기 위해 질문을 했었던 젊은 시절의 경험이 앱 개발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스즈키씨는 "무역회사에서 전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했었다. 짧은 문장으로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라고 했다. 명확한 프롬프트가 앱 개발에 필요한 코드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가 발표한 앱 중 'Pee Count Record'라는 앱이 가장 큰 인기를 끈다. 마케팅에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았지만, 매주 30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2년 전 탈장 수술을 받았던 스즈키씨는 간호사들에게 '소변을 본 횟수'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고, 이에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챗GPT의 도움을 받아 일종의 '배뇨일지' 앱을 제작했고,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실제 그의 앱이 일상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후기들도 올라오고 있다.
스즈키씨는 "노인 앱 개발자가 되기에는 장애물이 높지만, 일단 세계를 탐험해 보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65세 이상이다. 모나코를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일본이다. 고령화가 일찍부터 시작된 나라인만큼 노인 전문 앱에 대한 수요는 날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