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칼럼] AI 도시 광주서 '코딩학원 낭인(浪人)' 쏟아진다
며칠 전 산업·테크 분야를 취재하는 후배 기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기사 계획을 보고했다. '광주 인공지능(AI)' 분야 인재와 관련된 발제였다. 몇 건의 제보를 받았단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초급 개발자와 AI 스타트업 간의 미스매칭 문제를 기사화하고 싶다고 했다. 기자는 후배 기자에게 물었다.
왜 이 사안에 대해 취재하고 싶은지. 후배 기자는 "대표님, '코딩학원 낭인'이라고 들어보셨어요?"라고 물었다.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이었다. 후배 기자가 이야기한 '코딩학원 낭인(浪人)'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푼 꿈을 안고 코딩학원을 6개월 넘게 다니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들을 뜻하는 말이라는 걸 금새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코딩학원 낭인'을 취재해 달라는 광주 청년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후배 기자가 만난 취재원은 지난해 지역 내 한 SW 교육기관에서 국비 교육과정을 수료한 30대 청년이었다. 청년이 교육 수료 직후 취업할 수 있었던 기업은 소규모 기업이라서 처우가 매우 열악했다고 한다. 그 이후 나왔던 공고는 중견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대다수였다고 했다.
기업들은 석·박사급 인재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단기 과정' 출신 인재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 이는 산업 실정이나 잠재적 수요를 제대로 분석·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국비 교육과정만 늘린 고용노동부의 탓이 크다. 2022년 기준 국내 SW 전문인력 수는 39만 1000명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 고용노동부는 전액 국비로 AI, 빅데이터 등의 훈련과정을 제공하는 'K-디지털트레이닝(KDT)’ 프로그램 참가자를 매년 늘리고 있다. 한 해에만 4만 4000명이 넘는다. 해당 프로그램을 듣는 인재들의 대다수는 비전공자, 전업 희망자, 미취업자들이다. 단순히 '스펙'이나 쌓을까 해서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은 현저히 적다.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6개월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간절함을 가지고 교육기관의 문을 두드린 셈이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 소위 '코딩학원'에서 홍보하는 '취업 보장', '개발자 전직' 등 문구들은 현실을 알고 나면 '달콤한 말로 현혹했던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광주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광주에는 국비·시비로 운영되는 인공지능사관학교라는 교육기관도 존재한다.
매년 300명이 넘는 초급 개발자들이 배출된다. 당초 사관학교가 생기면 지역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유치기업들의 인재 부족 문제는 해소될 것이라고 광주시는 단언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기업들의 구인난은 더욱 심해졌다. 기업들이 원하는 수준의 인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음에도, 오히려 AI 사관학교는 3기부터 정원을 2배 수준으로 늘렸고, 지역 내 코딩학원들도 성행했다.
지자체와 SW 교육기관들은 그저 배출하는 숫자에만 매몰돼 '초급 개발자'를 소위 찍어낸 격에 불과하다. AI 특화도시의 미래를 위한 고민도, 철학도 안 보인다.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시스템 설계와 보완이 중요하다. 몇 년 전 수립한 AI 사업 추진에만 몰두해선 안 된다. 유연하게 정책을 바꿔가야 한다.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고 판단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기자는 현재도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년들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하며 '코딩학원'을 찾는다. 6개월을 배워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장으로 나간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처우가 열악하거나 혹은 미스 매칭으로 취업조차 하지 못하는 게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코딩학원' 출신들의 미취업 문제는 날로 심각해질 전망이다. AI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AI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초급 개발자만 넘치는 상황에서 그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광주시,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지역 내 SW교육기관들은 AI 조성사업 1단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현 상황을 직시하고, 기업들과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