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들 "규제 피해 싱가포르로 간다"…AI 기업 '차이나 엑시트' 가속화 전망
# 2년 전 중국 항저우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탭컷'(Tabcut)을 설립한 우춘쑹(Wu Cunsong)과 천빙후이(Chen Binghui)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올해 3월, 그들은 다른 중국 기업들처럼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560만달러(약 77억3248만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와 중국의 인공지능(AI) 규제를 피하기 위한 중국 AI 기업들의 '차이나 엑시트(China Exit)'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 및 고객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중국 AI 기업들이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에 이른바 '싱가포르 워싱(Singapore-washing)'을 선택하는 중국 AI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제한 범위가 AI 반도체 칩으로까지 확대되면서 AI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기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이러한 '차이나 엑시트'가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한 엔비디아 반도체 구매 제한 등의 어려움을 AI 기업들이 겪고 있다"라고 보도헀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AI 기술에 대한 규제가 다른 국가보다 덜 엄격하고 회사를 신설하는 게 비교적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중립국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길 경우 AI 칩, 투자 유치 등에 있어 제약이 없다. 중국 내부의 문제도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는 AI 생성 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AI 기업들이 소비자 대면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중국 정부에 알고리즘을 등록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AI 개발자들이 중국에 있을 경우 자유롭게 활동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100개 이상의 AI 스타트업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국가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 스타트업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중국 난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주해 현재 중국 기업들의 이전을 돕고 있는 지안펑 루(Jianfeng Lu) AI 스타트업 위즈홀딩스 창립자는 "싱가포르 이주를 준비하는 중국인 기업가를 위한 온라인 단체 그룹에는 425명의 회원이 있다"며 "AI 스타트업 이외 다른 업계에서도 싱가포르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들의 본사 이전이 미국의 규제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바이트댄스와 중국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의 본사는 모두 싱가포르에 있지만, 여전히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쉬인은 뉴욕증시 상장 대신 런던에서 상장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