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불어닥친 최악의 '고용한파'…올 상반기 퇴사자가 입사자보다 많았다

2024-08-08     조형주 기자
(사진=미드저니)

# 광주의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기업 대표 A씨는 올해 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0여 명에 달하던 직원을 4명까지 줄였다. 수익 모델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과제나 지원 예산 등이 줄어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신규 채용은 꿈도 못 꾼다"라고 밝혔다.

투자시장 침체가 본격화 되면서 스타트업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쳤다.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에서 퇴사한 직원 수가 입사자 수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까지 벌어졌다. 

8일 벤처투자 분석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중소기업의 올 상반기 퇴사자는 4만 5452명으로, 같은 기간 입사자(4만5348명) 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투자시장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맨 스타트업이 신규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된다. 

채용시장 경색 기류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입사자 수는 9만 2808명으로 전년 대비 19.4% 급감했다. 반면 퇴사자는 8.4% 늘었다. 입사자와 퇴사자 수 차이가 152명까지 줄었다.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시장 전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미드저니)

전체 고용 인원은 2022년 18만 2879명에서 올해 상반기 18만 482명으로 감소했다. 2016년 이후 국내 스타트업의 순고용 인원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사업 분야별로는 투자가 몰리고 있는 바이오·의료 분야 스타트업의 고용 비율이 가장 높았다. 

6월 기준 해당 분야 기업의 고용 인원은 1만 7839명으로 전체 고용 인원 중 9.9%를 차지했다. 이어 음식·외식 9.7%, 엔터프라이즈 8.3%, 콘텐츠 6.2%, 자동차 5.5% 순으로 나타났다. 투자 단계(라운드)별로 나눠보면 초기 투자(시리즈 A)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고용이 늘어났고, 후기 투자 단계의 스타트업 고용이 줄어들었다. 

투자 호황기 인원을 적극적으로 늘렸던 스타트업들이 수익성을 키우기 위해 고용 감축, 구조조정 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고용 한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나 육성을 해야 하는 벤처캐피털이나 엑셀러레이터까지도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라며 "스타트업들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게 신규 채용 중단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