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만에 신상품 들고 세계 각국서 '찰칵'…패션업계가 주목하는 '생성형 AI'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패션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신상품 홍보에 AI를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전략을 구상하는 패션기업들이 늘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연출, 비용 절감 등 측면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반응이다.
2008년 뉴욕에서 설립된 패션 브랜드 '미셀라(MISELA)'는 현대적이면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의 패션 상품을 내놓으며 북미, 유럽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터키에서 활동하는 장인들이 직접 가방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셀라는 지난해 말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셀라는 새롭게 론칭한 핸드백을 든 모델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여성 모델이 소파에 앉아 토트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또 다른 사진에는 안개가 낀 운하에서 여성 모델이 미셀라의 가방을 메고 카메라를 응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진들은 SNS상에서 수백 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미셀라는 해당 사진을 게시하며 "AI의 창의성 영역을 탐구하며, AI 모델에게서 생명을 찾고 미셀라 디자인의 본질을 반영했다"라고 밝혔다. 생성형 AI로 만든 사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는 패션기업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모델을 AI로 대체하거나, 모델은 인간으로 활용하더라도 소품이나 배경 등을 AI로 합성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진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1968년 설립된 이탈리아의 명품 패션 브랜드인 에트로(Etro)도 새로운 컬렉션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에트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모두가 AI가 미래에 중요한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프롬프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상품 홍보를 위한 사진 배경을 AI로 생성했다고 밝혔다.
에트로가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파스텔톤의 궁전을 배경으로 한 여성 모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의 모든 구성 요소는 AI로 제작됐고, 의류만 따로 편집했다고 한다. 에트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창의적인 관점에서 매우 놀라웠다"라며 "때로는 현실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유럽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망고(MANGO)도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한정판 컬렉션을 제작한 바 있다. 망고 직원들은 컬렉션에 포함된 각 의류의 실제 사진을 촬영한 뒤 AI 모델에 입혀 이미지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학습시켰다. 망고 측은 보정, 편집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사진을 제작했다.
패션업계가 AI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컬렉션 홍보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이 크게 절감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촬영, 후반 작업 등 제반비용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미셀라는 15주년 기념 캠페인에서 15개 도시에서 핸드백을 든 여성 모델들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를 위해 2개월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관계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실행했다면 최소 15~20배 더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했다. 새로운 캠페인을 위해 프롬프트 전문가, 사진작가들과 협업하는 기업이 폭증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에트로 측 관계자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배운 점은 프로세스에 인간이 관여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AI는 창의성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