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는 新혁신] ②초거대 거버넌스로 딥테크 육성하는 美…"유럽에선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
NIA '새로운 혁신 성장 방안 딥테크' 연구자료 발표 유럽 딥테크 정책, 자금 지원·협업 증진 등에 '초점' 프랑스·독일·영국 등 국가 딥테크 정책 추진 탄력적 '막대한 자본력' 미국, 체계적 시스템 하에 R&D 진행
뉴스나 신문 등을 보다 보면 '딥테크'가 강조되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핀테크, 빅테크라는 용어가 이제서야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또 새로운 용어가 들려오니 머리가 지끈해질 것이다. 도대체 '딥테크'가 뭐길래, 기업들과 미디어가 주목하는 것일까. 이에 AI포스트(AIPOST)가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딥테크 新혁신' 시리즈를 게재한다.
미국과 유럽은 매년 딥테크 투자를 늘리고 있다. 뒤늦게 우리 정부도 딥테크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 규모는 선도국과 비교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딥테크는 실험실에서부터 시작해 산업군에 접목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와중에 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실험실 연구진들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정책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때다.
자금 유치 어려운 '딥테크 기업'
NIA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딥테크 정책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딥테크 기업 또는 투자자 관점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딥테크 기업들은 자금 유치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와 연결해서 투자를 주도해 줄 리드 투자자도 찾는 것이 그 다음 어려운 숙제라고 한다.
특히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객을 찾아 계약을 이끌어 내는 것, 성장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리드 투자자 확보가 가장 어렵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어려운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성장 가능한 조직을 구축하는 것, 고객을 찾아 계약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도 가장 덜 힘든 점이 대규모 자금 유치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 3가지 답변이 딥테크가 가진 불확실성을 잘 보여준다. 우선 딥테크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리드 투자자 찾기와 고객과 계약하기가 높은 순위의 힘든 2가지다. 리드 투자자 찾기가 어려운 것은 그 만큼 불확실성을 책임지고 투자를 이끄는 이가 드문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과 계약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시장이 아직은 없거나 작은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럽 딥테크 정책, 자금 지원·협업 증진에 초점
유럽은 그들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딥테크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은 연결된 하나의 시장인 유럽 전반을 활용하면 되고, 기술은 유럽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고등교육 기관과 국책 또는 기업 연구소를 연결하고 활용하면 성공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유럽의 딥테크 정책은 사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에서 자금 지원과 협업 증진에 맞춰져 있다. 연구진은 4가지 프로그램으로 정리했다. 첫째 EIC(Europe Innovation Council, 유럽 혁신 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유럽 혁신연구를 지원하는 핵심 프로그램인 EIC 펀드(EIC Fund)를 주목했다. EIC 펀드는 딥테크를 지원하기 위해서 101억 유로 규모로 운영하며 파급력이 큰 기술을 대상으로 초기 연구 단계에서부터 PoC(Proof of Concept, 콘셉트 증명단계)에 걸쳐서 기술 이전과 자금 및 사업 확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 EIF(Europe Investment Fund, 유럽 투자 펀드)는 유럽 내 중소·중견기업(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 이하 SME)들을 대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에 도전할 수 있도록 위험 금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IF를 통해 EU 내 SME들이 혁신에 도전토록 하여 기업가 정신, 성장, 혁신, 연구 개발, 고용 및 지역 개발 분야에서의 EU의 목표 달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EIF는 SME가 가격 정책, 수수료 및 위험 기반 수입을 잘 조율하도록 해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EIF는 EIB(Europe Investment Bank, 유럽 투자 은행 그룹)의 일부로 유럽 내 다양한 공공 및 민간 금융 기관들의 참여로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셋째 EIT 이노에너지(European Institute of Innovation & Technology InnoEnergy)는 에너지 혁신과 전환을 촉진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500개 이상의 에너지 혁신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고 200개 이상 기업에 투자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2030년까지 1.1천억 달러의 수익 창출과 2.1 기가톤의 CO2 절감이라고 한다.
넷째는 미국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유럽판인 JEDI(The Joint Europe Disruptive Initiative)을 꼽았다. 미국의 DARPA는 인터넷의 원형인 ARPANET을 개발했으며 세상을 바꾼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 등장시킨 미국 국방성의 연구 개발 부문이다. EU는 JEDI를 통해서 유럽이 획기적인 기술과 신기술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유럽 내 가장 적극적으로 딥테크 지원
EU가 범 유럽 관점에서 딥테크를 촉진한다면 유럽 내 국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딥테크 육성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독일은 기술 중심 스타트업 확산을 위해서 학계와 스타트업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약 300억 유로 펀드를 계획해, 기술을 보유한 학계에서 스타트업으로 스핀-오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스타트업과 연구기관과의 접근성을 높여 기술 교류가 확대되도록 지원할 것이라 한다.
특히 독일은 SPRIN-D라는 연방 기관을 만들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가들이 와해적 혁신을 도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선정된 혁신가 또는 혁신기업들에게 자금 조달, 법률 자문, 팀 빌딩, 네트워크 확대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둘째, 유럽에서 가장 딥테크 분야를 열심히 하고 있는 프랑스는 산업용 및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서 23억 유로의 자금을 마련했다.
프랑스 공공 투자은행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프랑스는 글로벌 딥테크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인식 하에서 2018년 6월 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딥테크를 비롯한 와해성 혁신을 지원하는 근간을 마련했다. 여기 재원은 100억유로 규모의 혁신 산업 펀드, 4억 유로 규모의 프렌치 테크 시드 펀드에서 충당했다.
이어 2019년 1월에는 프랑스 공공 투자 은행이 딥테크 전략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13억유로를 투자해 ▲창업촉진, 성장 지원 및 대대적 재정지원을 통해 ▲미래의 산업 리더들을 육성하고 ▲혁신 생태계 활성화 등 3대 목표를 설정했다. 2020년에는 딥테크 계획 예산을 13억 유로에서 20억 유로로 상향했으며 2021년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 2030을 발표하며 딥테크 및 제조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EU에서 탈퇴했지만, 유럽 내에 있는 영국도 딥테크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은 ARIA(Advanced Research+Invention Agency)를 만들어 영국 내 연구 생태계가 더 높은 불확실성에 도전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UK 연구 혁신UK Research and Innovation 기관을 통해 년간 약 12억 파운드 예산으로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 왕국' 미국의 딥테크 기술 혁신 정책은?
연구진은 가장 많은 투자와 스타트업이 존재하는 곳이 미국이라고 이야기했다. NIA 연구진은 미국이 진행 중인 연구 개발 체계를 그 주체와 대상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연방 자금 지원 연구 개발 센터(Federally Funded Research and Development Centers, 이하 FFRDCs)로 국방, 보건, 에너지 등과 같은 연방 및 국가의 특수 임무 달성을 위해서 새워졌다.
국가 안전 보장 문제에 선진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 연구개발 센터인 MIT링컨 연구소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곳에서 지난 50년간 멀티 미디어 소프트웨어, 첨단 반도체, 리소그래피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100여 개 이상의 첨단 기업이 스핀-오프했다고 한다.
둘째, 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들로 FFRDC와는 달리 기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기업 연구소로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 고도화시키는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게이츠 재단, 웰컴 신탁 등 학술적 연구, 공공서비스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설 연구 기관 또는 재단, 자선 활동 단체를 들었다.
딥테크에 해당하는 기술 영역을 미국 내 다양한 FFRDC들이 나눠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FFRDC는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물리적 실체가 있는 딥테크의 대상이 되는 기초 과학과 첨단 과학에 대한 연구를 맡고 있다. 또 이들은 미국이 기술 혁신의 가장 선봉에서 정부의 지원과 전문기관의 운영 관리로 운영되고 있다.
NIA 연구진은 우리나라와 다른 점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공공 연구기관이지만 관리와 운영 등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방 정부 기관은 FFRDC의 연구 영역과 방향성 정의 그리고 자금 지원을 책임진다. 대신 운영은 해당 연구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비영리 재단·기업 및 학교가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국가 안보와 연계성이 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스핀오프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각 단계에 특화된 전문 기관들이 각자 맡은 바 과업을 수행하는 체계가 완성돼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