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10년 후 대서양 해류체계 붕괴" 경고 나왔다…서울대 연구진의 견해는?
2030년대 후반에 대서양의 중요한 해류 시스템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섬뜩한 경고가 나왔다. 해류 흐름이 붕괴돼 결국 지구 전체 기후를 망가뜨리는 '행성 규모의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연구팀은 최근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 2037년부터 2064년 사이에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수 순환 시스템이 무너지면 '빙하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팀도 지난해 논문을 통해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AMOC가 붕괴하기 시작해 2095년 내에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화 투모로우와 같은 급격한 빙하기가 오는 걸까? 연구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지식인미나니가 나섰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급격한 기후변화 연구센터를 방문해 전문가들을 만나 AMOC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지훈 연구원은 AMOC의 개념을 묻는 질문에 "AMOC는 표층의 따뜻한 해류가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열을 전달하고, 고위도에서 다시 해류가 침강하여 심해로 내려가는 대규모 해양 순환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이 순환은 마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지구의 열을 분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 오지훈 연구원은 "해양의 온도가 증가하는데, 대서양 지역의 북극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온도가 떨어지고 있다. 해양의 순환이 멈추고 있기 때문에 저위도에 있는 따뜻한 열을 고위도로 전달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신예철 연구원에 'AMOC의 티핑 포인트(갑자기 상황이 바뀌는 지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신 연구원은 "스스로 다른 안정된 상태로 이동하게 되는 시점이라고 본다"라며 "에어컨 온도를 낮추다가 껐는데, 그 시점부터 온도가 돌아오지 않고 더 낮아지거나 낮은 온도에 머물러 있다고 하면 '티핑 포인트'를 지났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논문에 대해서도 물었다. 신예철 연구원은 "AMOC의 티핑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가까운 게 아니냐라는 논문들이 과거에도 있었다"라며 ""티핑 포인트의 정확한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 있다. 일부 연구는 수백 년 후를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측 데이터를 볼 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위험이 더 크고 가까이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점점 해류 순환이 느려지고 온도가 하강한 채로 멈춰 있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오지훈 연구원은 "티핑 포인트를 지났다고 해도 급격히 영화 투모로우와 같은 재앙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연구원은 "최근 제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실제 북반구 지역에서 온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것 외에도 극한 한파 현상들의 빈도나 강도가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현상이 덜할 것이다라고 오 연구원은 전망했다.
끝으로 오 연구원은 기후 모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저희 연구실에서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티핑 포인트와 관련된 지표로 계산해 봤을 때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거나 굉장히 가까운 시일 내에 존재할 수 있다고 본다.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고 얘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는 "티핑 포인트가 오기 전에 탄소 중립을 시행하게 되면 되돌릴 수 있지만, 넘어섰다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다"라고 했다.
이어 국종성 교수는 "최대한 탄소 중립을 빨리 시행해서 티핑 포인트 전에 지구 온난화를 막아야 한다.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우리 인류가 대서양의 해류, 온도를 제대로 측정하기 시작한 지는 50년 내외다. 지구적 사건이 있을지, 없을지 결론 내리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명백한 것은 모든 연구에서 대서양 해류 멈춤과 열대 지역의 대서양 온도가 이상하게 내려간다는 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후 변화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