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코딩 도우미 뜨자 기업들 "초급 개발자 안 뽑아요"…숙련 개발자 수요는 여전

2024-09-13     유형동 수석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사진. (사진=미드저니)

인공지능(AI) 코딩 어시스턴트(도우미) 도구들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초급 개발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적은 인원으로 프로그래밍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코딩 도우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AI가 생성한 코드를 감독하고 지휘할 고급 개발자들의 수요는 여전한 분위기다. 

코딩 도우미 개발기업 잇따라 투자 유치

AI 코딩 도우미를 개발한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애니스피어(Anysphere)는 최근 시리즈 A 펀딩 라운드에서 6000만 달러(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세계적 기업, 혁신적 스타트업을 포함 3만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애니스피어가 만든 AI 코딩 도우미 '커서'는 복잡한 코드 작성 작업을 간소화할 수 있고, 개발자가 간결한 지시문을 주면 이를 코드로 바꿔주기도 한다. 더불어 즉각적인 답변, 지능적인 코드 재작성, 버그 감지 등 기능을 제공한다. 

애니스피어가 개발한 AI 코딩 도우미 '커서' (사진=애니스피어)

특히 코드의 특정 부분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 있는 경우 '빠른 질문' 기능을 통해 답변을 얻을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 스타트업 '매직(Magic)'도 최근 3억 2000만 달러(약 4200억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를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매직의 누적투자금은 총 4억 6500만 달러(약 6200억원)를 돌파했다.

매직이 개발한 AI 코딩 도우미는 개발자와 협력해 맞춤형 코드를 찾아낸다. 아이디어를 코드로 전환하는 데 AI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호한 설명에도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고, 맥락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매직의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번의 작업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직의 스타인버그 공동 창립자와 세바스찬 드 로 공동 창립자. (사진=매직)

기업 내 개발자 역할·개발팀 구조 바뀐다

투자자들이 AI 코딩 도우미 개발기업을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AI 코딩 도우미를 도입하는 것을 보며,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2028년까지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4명 중 3명이 AI 코드 어시스턴트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도입 속도가 빠르다. 

가트너(Gartner)가 최근 전 세계 60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약 63%의 응답자들이 이미 AI 코딩 도우미를 시험 중이거나 구축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속도 향상과 시간 절약, 버그 개선, 비용 절감 등 측면에서 큰 효과를 봤다고 전해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사진. (사진=미드저니)

더구나 최근 AI 코딩 도우미들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기업들도 AI 코딩 도우미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출시된 AI 코딩 도우미들은 단순한 작업에만 사용하지 않는다. 오래된 코드를 전환하거나 코딩을 할 때 적합한 방법을 안내하기도 한다. 힘든 과정이 훨씬 빠르고 단순해졌다. 

이에 기업 내 개발자들의 역할이나 개발팀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초급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AI 코딩 도우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고급 개발자들을 선호하는 추세다. 높은 연봉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알고리즘 개발, 제품 설계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능숙한 고급 개발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초급 개발자 5명 급여로 고급 개발자 한 명 채용"

IT 기업의 리더들은 AI 코딩 도우미의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앞으로 AI 전문가와 수석 개발자가 AI가 생성한 코드를 감독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차량 전력망 애플리케이션 공급업체인 페르마타 에너지의 전 개발팀장인 안나 데미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팀은 더욱 규모가 작아지고, 코딩 어시스턴트를 도입한 회사는 초급 개발자, 인턴 등을 고용하는 빈도가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사진. (사진=미드저니)

세일즈포스용 데브옵스 플랫폼 공급업체 코파도(Copado)의 데이비드 브룩스 수석 부사장은 "초급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는 코딩을 덜 하고, 고급 시스템 설계를 더 많이 하며 AI가 생성하는 솔루션을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한 AI 개발사 CEO는 "주변에서도 AI 코딩 도우미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라며 "초급 개발자를 여러 명 뽑아서 교육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다. 그러나 2~3년 안에 퇴사하는 인원들이 많기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게 된다. 고연봉의 고급 개발자 한 명을 뽑는 게 더 낫다"라고 전했다. 

한편 '국비 지원 코딩학원'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어 초급 개발자는 매년 수천 명이 배출되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초급 개발자들의 취업문이 좁아지는 가운데 취업을 위해 학원을 찾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