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탈피 원하는 중동…'오일머니'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으로 몰린다
석유 의존성을 탈피하고 디지털 주도권을 쥐려는 중동의 석유 부국들이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미국 CNBC는 22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의 산유국들이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들의 핵심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중동 국가들의 AI 기업 투자가 5배나 증가했다. 이는 중동 산유국들이 경제 다각화를 모색하면서 IT(정보기술) 투자를 헤지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CNBC는 분석했다.
UAE가 올해 초 설립한 AI 펀드 MGX는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 투자에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와 경쟁할 만큼 자금이 풍부한 벤처캐피털이 거의 없지만,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는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유지한 에너지 가격에 힘입어 충분한 자금력이 있다는 평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의 총자산은 2조7000억 달러에서 2026년까지 3조5000억 달러(약 4670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9250억 달러(약 1234조 원)를 돌파했다.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우버를 포함한 회사에 투자하는 한편 LIV 골프 리그와 프로 축구에도 많은 자금을 쓰고 있다.
UAE 국부펀드 무바달라는 3020억 달러(약 403조 원)를,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1조 달러(약 1334조 원)를 관리하고 있다. 카타르투자청(QIA)은 4750억 달러(약 645조 원)를 관리하고 있으며, 쿠웨이트 펀드는 8000억 달러(약 1067조 원)를 넘겼다.
MGX는 이번 주 초 AI 인프라 등 투자를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33조 원) 자금 조달을 목표로 블랙록, MS,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GIP)와 AI 인프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MGX는 지난 3월 AI 전담 펀드로 출범했으며, 아부다비의 무바달라와 UAE 국영 AI 기업 G42가 창립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UAE의 무바달라는 오픈AI의 경쟁사 앤스로픽에도 투자하는 등 지난 4년간 8건의 AI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전해졌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PIF는 미국의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40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의 파트너십 체결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AI 전용펀드인 SCAI도 출시했다.
한편 중동만이 실리콘밸리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국부펀드도 지난 4년 동안 161건의 AI 및 머신러신 관련 거래를 체결했고, 싱가포르도 47건의 AI 관련 투자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