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연구팀, 초강력 레이저 뛰어넘는 극초강력 레이저 구현 방법 찾아냈다
GIST, UNIST, Strathclyde 공동연구팀, 극초강력 레이저 구현에 핵심적인 신기술 개발 플라즈마로 레이저 펄스 압축하는 새로운 방법 개발…노벨상 수상 아이디어의 한계 극복
한국과 영국의 국제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고 출력 레이저보다 훨씬 더 강력한 레이저 개발에 필수적인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이 새로운 방법은 물리학이나 천문학과 같은 기초과학 뿐만 아니라 레이저 핵융합 등 첨단기술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물리·광과학과 석희용 교수팀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허민섭 교수팀 및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Strathclyde) 대학의 야로스진스키(Jaroszynski) 교수팀이 함께 기존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레이저 펄스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1985년 모로우(Mourou) 교수가 발명한 처프 펄스 증폭(Chirped-pulse amplification) 기술은 레이저 세기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는데,현재는 이를 활용해 수 페타와트(1,000조 와트)까지 레이저 출력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학계에선 그보다 1,000배 이상 강력한 엑사와트 또는 100만배 더 강력한 제타와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존의 초강력 레이저에서는 회절격자를 사용해 레이저 펄스를 길게 늘여 에너지를 증폭한 후 다시 회절격자를 사용해 짧게 압축함으로써 강한 세기의 레이저 펄스를 얻는데, 이 방법으로는 더 강한 세기의 레이저빔을 발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레이저의 에너지가 어느 한계 이상 더 높아지면 압축에 사용되는 회절격자가 파손된다. 현재 수 페타와트 레이저를 얻기 위한 회절격자 크기는 약 1 m 정도인데 엑사와트 이상의 레이저를 얻기 위해선 수백미터 크기의 회절격자가 필요해 사실상 제작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회절격자 대신 플라즈마를 사용해 극초강력 레이저 펄스의 압축 문제를 해결했다. 플라즈마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파괴되어 전자와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한다.
이온화된 상태인 플라즈마는 이미 손상된 물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한 레이저빔을 넣어도 더 이상의 손상이 생기지 않고 광학적으로 빛을 분산시키는 성질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플라즈마를 사용하면 기존의 회절격자보다 훨씬 더 강력한 레이저 펄스로 압축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공간적으로 특정한 밀도분포를 가진 플라즈마를 사용하면 회절격자와 유사하게 레이저 펄스를 대폭 압축할 수 있음을 시뮬레이션 및 이론 연구로 입증했다.
GIST 석희용 교수는 “플라즈마는 기존의 회절격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고 더이상 손상이 되지 않는 물질이므로 기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몇 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작은 플라즈마로도 엑사와트(1 엑사=1018) 이상의 극초강력 레이저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NIST 허민섭 교수는 “이번 성과는 201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모로우(Mourou) 교수의 아이디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연구로서 최첨단 천체물리학 등의 기초과학은 물론 레이저핵융합과 같은 산업 및 에너지 연구에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첨단 이론물리학과 천체물리학에서 예측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핵융합 연구에도 활용 가능해 인류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IST 물리·광과학과 석희용 교수팀과 유니스트 물리학과 허민섭 교수팀,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Strathclyde) 대학의 야로스진스키(Jaroszynski) 교수팀이 긴밀히 협력하여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및 UKRI/영국과학공학연구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으며, 광학 및 응용물리학 분야 상위 1% 논문인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에 2023년 11월 13일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