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7000만원 들여 만든 '국가유산 AI 검색기', 국보 1호 숭례문·보물 1호 흥인지문 모두 못 찾았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회가 지난해 약 7000만원을 들여 만든 인공지능(AI) 문화유산 검색기 '문화유산 찾아-줌(이하 찾아-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I 문화유산 검색기가 국보 1호인 숭례문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국정감사에서 문화유산 검색기와 구글 이미지 검색의 성능을 비교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검색 대상은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 △보물 1호 흥인지문(동대문) △국보 68호 고려청자 등 대표적인 문화유산 5개였다.
그 결과 국립문화유산연구회가 구축한 AI 문화유산 검색기는 단 한 건도 제대로 검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구글 이미지 검색은 모든 문화유산을 정확히 찾아냈다.
이에 인공지능(AI) 전문언론인 AI포스트(AIPOST) 취재진이 국감에서 시연된 문화유산 찾아-줌과 구글을 대상으로 재차 국보, 보물 사진을 업로드해 검증해봤다. 구글 검색창에 숭례문 사진을 업로드하면 '역사적 명소'라는 설명과 함께 숭례문 사진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문화유산 찾아-줌은 이미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일본과 중국 박물관이라며 숭례문과 전혀 다른 건축물 사진과 자료를 제공했다. 보물 1호인 흥인지문의 사진을 넣어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흥인지문 사진을 놓고 문화유산 찾아-줌은 일본의 건축물을 추천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유산청과 관계기관들은 찾아-줌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 활용사업에 5년간 약 1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바 있다. 이 문제를 놓고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의원은 혈세가 투입되는 문화유산 사업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연욱 의원은 "전시행정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예산을 낭비한 사업이 또 없는지 전수조사하고 성과를 데이터로 입증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문화유산 찾아-줌은 1973년부터 현재까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1,421건)에 수록된 67만 5,338건의 연구기록물을 AI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지난해 말 "찾고자 하는 문화유산 이미지와 유사한 연구기록물(사진, 도면 등)을 연구원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 속에서 검색할 수 있다"라며 "연구보고서 속 해당 이미지의 수록면(페이지)까지 바로 확인할수 있다"라고 홍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