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박물관 '박제 동물'과 대화…영국서 등장한 현실판 '박물관이 살아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박물관에 전시된 사람들과 동물들이 깨어난다는 소재로 세계적 흥행에 성공했다. 거대한 스케일과 동화다운 상상력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영화처럼 박제 동물들이 움직이진 않지만, 관람객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기술이 도입된 박물관이 최근 등장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물관은 15일(현지시간)부터 관람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박물관 측은 박제 동물이나 멸종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잭 애시비 박물관 부관장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다양한 동물 표본을 되살려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라고 했다. 관람객은 박제된 도도새, 고래, 판다 등을 포함한 13개의 표본에 질문을 할 수 있다.
전시물 옆에 마련된 QR 코드를 스캔하면 모바일에 채팅 상자가 열린다. 여기서 음성 또는 텍스트를 통해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 잭 애시비 부관장은 "박물관에서 새로운 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며 "20개 이상의 언어로 소통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관람객과의 대화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기술을 보완해 나갈 방침이다. 해당 기술을 개발한 AI 기업 네이처 퍼스펙티브의 공동 창립자인 갈 자니르는 "AI를 사용해 비인간적인 관점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관객이 자연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AI가 답변을 조작하거나 '환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네이처 퍼스펙티브는 생태학 전문가팀에서 선택한 엄선된 과학 데이터 세트에 따라 '미세 조정'했다. 갈 자니르는 "가장 마법 같은 측면 중 하나는 연령에 맞춰 적응한다는 것"이라며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이 표본에게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동물들이 대화 상대의 나이에 맞게 어조와 언어를 조절한다는 의미다. 동물들은 스페인어, 일본어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한 달 동안 해당 기술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크리스 샌드브룩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AI는 사람들을 비인간적 생명체와 연결하는 흥미로운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지만, 그 영향은 주의 깊게 연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