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이정화가 말하는 AI…"서예 작품 해석·문장 출처 찾는 능력 탁월"
서예가 인중(仁中) 이정화는 드라마 ‘동이’, ‘뿌리 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기황후’, ‘아랑사또전’, ‘호텔 델루나’, ‘미스터 션샤인’, ‘신입사관 구해령’, ‘육룡이 나르샤’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해 배우의 글씨를 대필하고 있는 청년 서예가다.
이정화는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붓글씨를 익히며 자라왔다. 경기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예문자예술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생 때는 해외에서 서예를 가르치는 경험을 한 뒤 국내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서예’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서예가 이정화에게 들어봤다.
서예가 이정화는 30일 SK텔레콤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얼마 전 친구가 제 글씨를 보고 칭찬으로 '컴퓨터가 쓴 것 같다'라고 했는데 저에게는 칭찬이 아니어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놀란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예가 이정화는 "AI가 생성하는 서예는 글자가 너무 깨끗하다. 기술적으로 완벽한 글씨보다는 약간 비뚤어진 획 하나가 서예의 가치와 매력을 더해주는데, 이것이 AI가 아직 따라올 수 없는 서예만의 고유한 예술성이 아닐까 싶다"라고 했다.
청년 서예가답게 이정화는 이미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정화는 "챗GPT, 클로드, 미드저니를 사용해보았는데 서예가 너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표현돼 사람이 쓰지 않은 것 같았다. 획의 굵기, 먹의 농도, 문자의 비례와 균형 등이 너무 일정하기 때문이다"라며 "아직은 서예의 감성을 잘 구현하지 못하고 필치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AI가 서예 작품을 해석하거나 문장의 출처를 찾는 능력은 훌륭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정화는 "AI가 즉각적으로 서예 디자인을 만들 수는 있지만, AI가 쓴 서예가 과연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서예 관련 자료가 필요할 때 검색에 활용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화는 AI 도구를 '어드바이저'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예가 이정화는 "‘이런 서예풍이라면 어떨까, 두 가지 서예 스타일을 혼합하면 어떨까’, 작업하면서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상상하는 글씨의 모양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하거나 결과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하는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정화는 "AI가 만든 결과물이 좋으면 작업해보고, 별로라면 다른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낫다면 아이디어를 확장해보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AI가 저의 작업 방향에 조언을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