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소행성-지구 충돌 현실성 있을까?…한국천문연구원에서 들어봤다

2025-02-14     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
(사진=지식인미나니)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소행성 '2024 YR4'가 2032년에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3%까지 높아졌다는 것이다. 수치만 보면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예상 피해 규모를 보면 그저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2024 YR4의 너비를 180피트(약 55m)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YR4가 지구와 충돌할 경우 1908년 시베리아에서 약 8000만 그루의 나무를 황폐화했던 퉁구스카 사건과 같은 수준의 피해를 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2024 YR4'과 같은 소행성, 어떻게 찾아내나

이야기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국내 대표 과학 유튜버 '지식인미나니'가 한국천문연구원을 직접 찾았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에게 'YR4'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그러자 문 박사는 "이미 스쳐 지나갔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2024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이미 스쳐 지나갔다는 것이다. 현지 기준으로 12월 27일에 발견했다고 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지난해 지구 근처를 한번 지나갔고, 2028년에도 스쳐지나고, 2032년에도 근처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물었다. 미래에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소행성과 지구 충돌에 관한 문제다. "지구에 위협을 줄 수도 있는 소행성들은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라는 물음에 문홍규 박사는 "지구상 여러 곳에 있는 전용 탐사 망원경들이 집중 관측을 통해 소행성을 찾아낸다"라고 했다. 

미국 나사(NASA)나 유럽우주국(ESA)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연구 기관이 네트워크로 이어져 밤하늘을 관측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 센서(CCD나 CMOS)로 하늘 사진을 촬영하고, 시간에 따른 좌표(위치)·밝기의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소행성의 존재와 궤도를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문 박사는 "소행성이 일정 간격으로 찍힌 영상을 이어 보면 미세하게 움직이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동 궤적을 역산하면 지구에 어느 시점에 접근할지, 그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지식인미나니)

실제로 이번 2024 YR4의 경우, 처음에는 충돌 확률이 ‘2%’ 수준으로 알려졌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박사는 “늘어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더 낮아지는 쪽으로 정교화된다”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충돌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게 되는 과정을 지금까지 여러 ‘위험 소행성’이 반복해왔다는 것이다.

한국도 우주 물체 감시에 적극 기여

전 세계가 우주 물체 감시에 열중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연구원 측은 "한국·몽골·모로코·이스라엘·미국 등 세계 각지에 소형 로봇 망원경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24시간 순차로 하늘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며 "관측 데이터를 한국 본부로 모아 소행성의 자전 주기나 구성 물질 등 세부 특성까지 밝혀내는 연구를 진행한다"라고 답했다. 

미국의 나사나 ESA와 같은 대형 기관들만 활약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직접 근지구 소행성을 발견해 국제 천문 데이터베이스에 보고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정부는 충돌 위험을 숨길 수 있을까?

구독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또 질문을 던졌다. 영화에서 흔히 보듯 '정부가 소행성 충돌 위험을 숨기거나 음모론적으로 묵인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이다. 이에 연구진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사진=지식인미나니)

현재 소행성은 국제적인 관측 네트워크를 통해 동시에 추적되고, 데이터도 각국 연구소가 공유하기 때문에, 은폐하려 해도 금방 드러난다는 것이다. 발견 이후 충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감지되면, 유엔(UN) 본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 안보리)에 공식 보고가 올라간다. 

연구진은 "영화처럼 스토리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감추겠지만, 실제 지구 방위 체계는 이미 충분히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략적인 지구 방어 시나리오는 이렇다. 소행성 충돌이 실제로 예측된다면, 국제사회는 아래와 같은 4단계 ‘지구 방어 절차’를 가동한다.

먼저 추가 관측을 통해 궤도를 더 정밀하게 파악한다. 이어 소행성의 크기, 질량, 구성 물질, 자전 상태 등 세부 특성을 밝힌다. NASA의 다트 미션과 같은 궤도 변경 실험, 핵폭탄 투하나 무인 우주선 충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행성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시도한다.

(사진=지식인미나니)

끝으로 모든 시도가 실패할 경우, 지상 대피가 최종 방안으로 남는다. 충돌 예상 지역의 인구를 신속히 이동시키고, 충돌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말 최악의 상황은 드물지만, ‘혹시 모를 0.1%’의 가능성에 대비해서라도 국제사회가 대응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아포피스의 근접 통과

취재 중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바로 '아포피스(Apophis)' 소행성 이야기였다. 2029년 4월 13일(금요일), 지구에 위협적으로 근접 통과할 예정인데, 이 거리가 정지궤도 위성보다도 더 낮은 고도라고 한다. 유럽과 북아프리카 쪽에서는 밤하늘에 맨눈으로 소행성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사진=지식인미나니)

“아포피스는 충돌 위험이 없다고 확인됐지만, 이토록 가까이 접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관측 기회이고, 국제사회가 행성 방위에 눈을 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겁니다”라고 연구자는 밝혔다. UN이 2029년을 ‘국제 행성 방위의 해’로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 2024 YR4 소행성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니, 우리가 사는 지구가 생각보다 많은 우주 물체가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미 이런 일상적 위협을 ‘판단·분석·대응’하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한국 연구진들의 활약도 괄목할 만했다. 지구 평화를 위해 뛰는 연구진들의 실험 정신에 탄복한 취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