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스닙팟톡] '실패는 경험' 위로만 하다간 '창업→폐업' 악순환 고리 못 끊는다
이성규 스닙팟 대표
"우리는 실패한게 아니다. 배운 것이 있다(We haven't failed, we have learned)"
폐업을 결정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다. 실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배웠다는 것으로 위로해서는 안 된다.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개념이 있다. 트위터, 구글, 야후 등에서 PM으로 근무하고, 스타트업 업계에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는 '시레야스 도시(Shreyas Doshi)'가 2년 전 자신의 SNS에 소개한 '고객 문제 스택 순위(Customer Problems Stac Rank, CPSR)'이다. 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짧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먼저 실패하는 스타트업들이 겪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새로운 프로덕트(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고객에게 찾아가 해당 프로덕트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묻는다. 분명 '그렇다'라는 대답을 들을 것이다. 이에 경영진에게 프로덕트 아이디어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이 원한다는 데이터를 보여줄 것이다. 그렇게 예산을 지원받고,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원칙에 따라 빠르게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완성한다.
실사용자 없는 프로덕트가 된다. 그 뒤 MVP의 부족한 점, 추가돼야 하는 기능을 발견한다. 개발팀이 열심히 추가 기능을 개발한다. 2번째 버전을 론칭한다. 나름대로 기술 고도화를 진행했기에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역시 사용자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과 영업 분야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시장 진입(GTM)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게 된다.
이정도 단계에 이르렀으면 다시 돌아가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 기업은 더욱 잘 판매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이 또한 성과는 지지부진할 것이다. 이 시점에 초기 PM은 퇴진하고, 새로운 PM이 투입된다. 새롭게 고객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개발팀이 꾸려진다. 앞선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실패를 거듭하다 폐업에 이른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진단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왜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까. 이에 대해 시레야스는 2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처음부터 이러한 프로덕트가 필요하지 않았고, 두 번째는 피벗(Pivot, 핵심 사업 모델을 바꾸는 것)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러한 프로덕트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셈이다. 바로 ‘수요가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실패하는 이유라는 것.
그렇다면 왜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을까 돌이켜보자. 이를 놓고 시레야스는 고객에게 문제에 대해 물어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시레야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문제라도 다 같은 문제가 아니니까, 문제의 중요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확인해 보기는 더욱 어렵다.
시레야스는 '고객 문제 스택 순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른바 CPSR은 고객이 경험하는 다른 문제들과 비교해서 현재 풀려고 하는 문제의 중요도를 체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 고객에게 절실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지, 아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풀려고 하는 문제로 고객에게 접근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활동 분야에 대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수집하고 이를 순위화해 대답하도록 하는 것이다.
고객이 절실하게 해결하고 싶은 중요한 문제인지, 단순히 인지하고 있는 수준의 소위 '마이너'한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프로덕트를 분석해 볼 수 있다. 또한 CPSR 데이터를 얻을 때에는 다양한 고객 유형군에게 얻어야 한다. 임원급, 지원그룹, 마케팅 담당, 영업 담당 등 여러 데이터가 필요하다. 모든 아이디어에 적용 가능한 내용은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B2B 프로덕트 아이디어를 평가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문제가 과연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는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라는 메시지는 어떠한 스타트업에게도 도움이 될 메시지다. 스타트업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MVP를 만들고 시장에 론칭하고, 고객의 수요를 발견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닙팟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필요한 정보는 많은데, 시간은 없는 문제에 직면한 분들을 위해 '스닙팟'은 특효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시기를 기원한다.
주요 학력
▲ 고려대학교 물리학 학사
▲ KAIST 웹사이언스 공학 석사
주요 경력
▲ SK C&C IT컨설턴트
▲ 스닙팟 창업 & 대표
이성규 스닙팟 대표는?
고려대학교 졸업 후 SK C&C 에서 IT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중 2012년에 정보검색 및 인공지능 연구를 보다 심화시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보검색&자연어처리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였다. 이 때 추천시스템 및 LDA (Topic Modeling) 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였다.
이후 연구 주제인 Topic Modeling 을 활용 주제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스닙팟 (Snippod) 을 창업하였다. 이후 주제를 기반으로 웹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 추천시스템 기술을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적용하였다.
현재는 #해시태그 기반으로 열린 정보 공유 플랫폼 스닙팟 iOS/Android 앱을 런칭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