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나무·식물들의 소통법은? "균근·곰팡이"…'연구 조건 불완전했다'는 반론도
이민환 과학커뮤니케이터랩 대표의 현장 취재기 국내 대표 과학 유튜버·커뮤니케이터 지식인미나니 땅 속에서 영양분 주고 받는 나무들의 '균근 네트워크'
우리는 식물과 균류가 서로 소통하지 못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식물과 균류는 우리와 다르게 소통하는 것일 뿐이다. 토끼와 일부 포유류는 소변과 대변으로 소통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식물들은 인간과 동물처럼 소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통한다. 이를 바이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식물학자, 미생물학자, 생물학자분들은 과거부터 식물들이 서로 어떻게 소통하는지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아주 많은 것들을 알게 됐다. 식물이 벌레들에게 공격당할 때를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물질을 뿜어낸다. 주변 식물들에게 알리고 방어 물질을 서로 내뿜게 한다. 위기에 대응하는 일종의 연대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 옥수수나 일부 식물들은 뿌리에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들어본 이들이 거의 없을텐데, '딸깍'이라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딸깍이라는 소리로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생태학자이자 캐나다의 여성 삼림 과학자 수잔 시마드교수는 나무와 나무, 나무와 숲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인터넷 케이블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통을 돕는 것은 바로 곰팡이다. 지구상의 모든 곰팡이 종 가운데 90%가 땅 속에서 생활한다. 곰팡이들은 마치 거미줄처럼 서로 엉켜있다. 최대 10km에 달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것을 균사체라고 부른다. 일부 균사체는 조건이 맞을 때 버섯처럼 피어오른다. 곰팡이들은 나무가 필요로 하는 질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나무의 당분을 얻어 먹는다.
예컨대 A라는 나무가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영양분이 부족할 때 B라는 나무가 균근을 통해 A나무에게 당분을 보내주는 것도 확인했다. 수잔 시마드 교수는 이같은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을까. 일단 나무 줄기 속에다 추적하기 쉬운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간 물을 주입한다. 그 물이 뿌리를 타고 다른 묘목에게 지나가는 것을 방사성 측정기로 분석해봤더니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수잔 시마드 교수의 연구 결과는 사실상 정설로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수잔 시마드 교수의 연구가 과장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카스트, 존스연구원, 미시시피 대학의 제이슨 연구원은 나무와 곰팡이 사이의 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추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수잔 시마드 교수의 연구 결과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제이슨 연구원의 주장은 이렇다. 우선 균근 네트워크를 연구하기 위해 땅을 파는 순간 네트워크가 무너지기 때문에 야외에서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크고 오래된 나무가 어린 묘목에게 영양분을 제공해준다는 이론을 재연하기 위해서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실험을 하다보니 실제 묘목이 잘 자라게 된 비율이 20% 미만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균근 네트워크 자체의 역할과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아직 연구들이 부족해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자연의 신비를 탐구할 때는 어떤 이론도 뒤집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새로운 증거는 언제나 등장할 수 있다. 우리의 인식이 바뀌고, 사물을 재평가하게 된다.
새로운 이론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반론이 생기고 다시 연구하는 것이 과학계의 발전을 앞당기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20만 유튜버 지식인미나니는 국내외 다수의 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직접 현장을 다니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