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는 3년, 로봇은 10시간…자율적으로 보고 배우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적으로 보고 배우고 행동하는 '피규어 01' "휴머노이드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 맛은?" 범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가속화에 기여할 듯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Figure)의 범용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Figure 01(피규어 01)'이 인간의 작업을 보고 배우고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피규어 01의 프로토타입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키 5.6피트(약 170cm)에 무게 60kg. 전기 동력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피규어 01은 은빛 광택이 나는 금속으로 되어 있지만 생김새는 사람과 많이 닮아 있다.
7일(현지시간) 기술 전문매체 '뉴 아틀라스(New Atlas)'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시연 영상에는 피규어 01이 커피 머신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겼다. 자율적으로 보고 학습할 수 있는(watch-and-learn) 새로운 능력을 선보인 셈이다. 눈길을 끄는 대단히 화려한 기술은 아닐지 모르지만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구개발 가속화를 위한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다.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은 다양한 종류의 일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장치·사물·기술 등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각 작업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작업마다 각각의 수행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자체적으로 작업 방법을 이해해 자율적으로 그 작업을 해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른 로봇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피규어 역시 이론적으로 어떤 작업장에도 들어갈 수 있고 인간을 대신해 어떤 작업이든 처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자급자족형 전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앞서 브렛 애드콕(Brett Adcock) 피규어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말까지 피규어 01 로봇이 유용한 작업을 시연할 수 있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피규어 01의 시연 영상을 보면 사실상 크게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영상에서 피규어 01은 한 남성의 언어적 명령에 반응해 커피 머신의 상단 뚜껑을 열고 커피 캡슐을 넣은 후 뚜껑을 다시 닫는다. 이어 작동 버튼을 누른 다음 커피를 요청한 남자가 직접 컵을 기계에서 꺼낼 수 있도록 한다.
외신에 따르면 피규어 01이 비디오 영상을 공부하는 데 10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훈련 시간을 거쳐 이제는 혼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는 것. 이렇게 새로운 자율 동작이 추가되면서, 집단·군집 학습(swarm learning)을 통해 동일한 시스템에서 작동하는 다른 피규어 로봇에게 전수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애드콕이 이야기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휴머노이드의 보고 학습하는 능력은 큰 진전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학습 과정이 보다 다양한 작업에 적용된다면 어떨까.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드라이버로 나사를 조이는 등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다면 훨씬 유용한 로봇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피규어 01이 주방에서 컵을 찾아 가져온 후 커피 머신의 전원이 들어왔는지 물의 양이 적당한지 확인하고 커피를 내려 흘리지 않고 책상에 직접 가져다 주는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