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잔느 듀브레송, 한국 첫 개인전 ‘HASARD(우연)’ 개최

"파리 출신 사진작가, 한국과 프랑스 잇는 우연한 순간의 미학을 펼치다"

2025-06-18     유형동 수석기자
(사진=케이리즈갤러리)

프랑스 파리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모션 디자이너인 잔느 듀브레송(Jeanne Dubresson, 28)의 국내 첫 개인전 'HASARD(우연)'이 오는 6월 19일부터 7월 19일까지 케이리즈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해 온 작가가 보이지 않고, 사라지고, 찰나에 머무는 순간들을 포착한 결과물들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의 제목인 'HASARD(우연)'은 작가의 작품 세계와 삶을 관통하는 핵심 철학이다. 잔느 듀브레송은 "계획하지 않았던 순간들이 삶을 더 아름답고 놀랍게 만든다"며, "작업 과정에서도 의도적인 통제를 내려놓고 우연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와 그 안에 담긴 시적인 마법을 포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철학이 담긴 다채로운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Addiction’(중독) 시리즈에서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젤라틴 막을 수작업으로 떼어내 다른 표면에 옮기는 ‘에멀젼 리프트’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들이 예측 불가능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진=케이리즈갤러리)

또한, 카메라 결함으로 인한 ‘다중 노출’ 사고가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낸 ‘Dérive, Souvenirs de Roscoff’ (어느 산책, 로스코프의 기억들) 시리즈와, 모로코의 비현실적인 풍경 속을 떠다니는 베르베르 직물을 통해 전통과 기억, 움직임의 관계를 탐구한 ‘Suspension’(부유) 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국 관객들에게는 서울의 사라져가는 동네를 기록한 ‘Bogwang-dong, Chronologie d'un effacement’(보광동, 사라짐의 기록) 시리즈가 깊은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가는 과거 유산들이 극도로 보호받는 프랑스와는 달리, 끊임없이 변화하며 과거의 흔적을 지워나가는 한국의 역동성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한 아름다움을 기록해야 한다는 긴급함"을 느꼈고,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교감하며 장소의 마지막 숨결을 담아냈다. ‘보광동’ 연작은 잊힘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자, 시간에 대한 작가만의 기록 방식이다.

(사진=케이리즈갤러리)

잔느 듀브레송은 19세에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2018년 울산 아트 레지던시 참여를 계기로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는 'KFTV'를 설립하여 양국 문화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는 등,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 각자가 작품에 자신의 상상력을 투영해 보길 바란다"며, "사진이 가진 고유한 힘과 비밀을 발견하고, 직접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잔느 듀브레송의 첫 개인전 'HASARD'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흘려보내는 순간들의 소중함과 그 안에 깃든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