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發 전력 급한데, 원전 건설 빨라도 수년…3D 프린팅으로 원전도 빠르게 지을 수 있나

2025-08-06     유진 기자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카이로스 파워가 개발 중인 3D 프린팅 폴리머 거푸집으로 올린 시험 건물. (사진=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원자력 발전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챗GPT, 제미나이 등 AI 모델로 시장을 견인하는 미국 빅테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글은 미국의 신생 원전 개발자 엘리멘틀 파워(Elemental Power)와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3곳을 건설하기로 했다. 더불어 구글은 카이로스 파워와도 계약을 체결하고,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은 올해 데이터센터 용량 구축에 7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메타는 "우리는 원자력 에너지가 데이터센터와 지역 사회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원전 붐' 때문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스리마일섬 원전도 재가동 절차에 돌입했다. 

(사진=콘스텔레이션 에너지)

MS가 20년간 전력을 해당 원전에서 구매하면서부터다. AI는 '원전 트라우마'가 있는 일본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일본은 동일본 지진 이후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전 신설이 구체화되는 것은 2011년 동일본 지진 이후 처음이다. 

AI 개발과 데이터센터 신설 등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래 전력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효과적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이번 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원전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지만, 원전을 신설하고 실제 전력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원전은 설계부터 가동까지 약 10년 이상 걸린다. 허가 및 검토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되며, 건설에 수년이 걸린다. 이에 최근 소형모듈원전(SMR)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기존 원전보다 안전하고 경제성도 높을 뿐 아니라 출력 조절도 쉽다는 이유에서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카이로스 파워가 개발 중인 3D 프린팅 폴리머 거푸집으로 올린 시험 건물. (사진=오크리지 국립연구소)

그러나 아직까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원전을 유지·보수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직면한 전력 수요를 충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가운데 최근 미국에선 3D 프린팅 기술로 원자력 발전소를 싸고 빠르게 건설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원전 건설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카이로스 파워와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연구소 제조 시범 시설(MDF)은 3D 프린팅 폴리머 거푸집을 사용해 원자로 용기를 감싸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격리하는 콘크리트 바이오쉴드를 제작하는 방법을 시험 중이다. 

연구진은 정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주조하기 위한 대규모 3D 프린팅 폴리머 복합재 거푸집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폴리머 거푸집은 제작 속도가 빠르고 필요에 따라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또한 기존의 강철이나 목재 거푸집보다 정밀하고, 복잡한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더욱 정밀한 형태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헤르메스 저전력 시범 원자로. (사진=카이로스 파워)
(사진=오크리지 국립연구소)

이를 통해 복잡한 구조물을 현장에서 며칠 만에 조립할 수 있다. 콘크리트 거푸집은 현재 건설 중인 헤르메스 저전력 시범 원자로(Hermes Low-Power Demonstration Reactor)가 있는 카이로스 파워의 오크리지 캠퍼스에서 사용되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폴리머 거푸집은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목재의 양을 75%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카이로스 파워는 향후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활용할 계획이다.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MDF 책임자인 라이언 드호프는 "원자력 건설의 미래가 과거와 같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대담한 아이디어를 실질적인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문샷을 통해 새로운 상업용 원자력 에너지를 가속화하는 유산을 결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