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있는 日 문학상 수상작 탄생시킨 조력자의 정체는 'AI'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에 AI 문장 사용 작품 선정 구단 리에 '도쿄도 동정탑' AI가 쓴 문장 5% 실려
일본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아쿠타가와상'. 올해 상반기 아쿠타가와상은 소설가 '구단 리에'의 '도쿄도 동정탑(東京都同情塔)'에 돌아갔다. 그런데 이번 수상을 위해 힘을 실어준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인공지능(AI)이었다. 생성형 AI가 쓴 문장이 작품 속에 일부 수록된 것.
18일 일본 현지 언론과 AFP 통신 등 외신은 일본문학진흥회가 제17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작품 내용 일부에 생성형 AI로 만든 문장이 그대로 사용됐다고 전했다. '도쿄도 동정탑'은 범죄자가 '동정받아야 할 사람들'로 여겨지는 미래 도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범죄자들을 위한 새로운 교도소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설은 생성형 AI가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언어에 대한 과도한 자기 통제가 일어나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실제 이 작품 속에는 생성형 AI와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구단 리에는 전체 소설의 약 5%가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자신의 글 창작 과정에서 AI를 적극 활용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AI를 가지고 논다고 한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단어들이 제한 없이 확장되고 해석 역시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상황에서 신중하게 단어를 사용하고 언어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AI의 도움을 받아 쓴 이번 소설은 높은 완성도로 단점을 찾기 어려운 흠 없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심사위원 측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하고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나올 수 있는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미국 작가조합은 존 그리샴(John Grisham)을 비롯한 조디 피코(Jodi Picoult)와 조지 R.R. 마틴(George R.R. Martin) 등 작가 17명과 함께 GPT 훈련에 작품이 사용된 작가들을 대표해 오픈AI(Open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