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처럼 자라나는 뱀 모양 로봇, 재난재해현장 활약할 듯…이탈리아 연구진, 3D 프린팅 기술 기반 '필로봇(FiloBot)' 개발

3D 프린터 잉크로 스스로 성장 가능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 속 탐색 기대

2024-01-22     유진 기자
(사진=New Scientist)

몸을 스스로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로봇이 등장했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개발한 이 로봇은 변화무쌍한 환경을 극복하는 식물에서 착안됐다.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재난재해현장에서도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현지시간) 기술 매체 테크엑스플로어(Techxplore)와 뉴아틀라스(Newatlas)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기술연구소 생체모방 소프트로보틱스 연구원 연구팀은 넝쿨처럼 스스로 자라는 새로운 종류의 로봇 ‘필로봇(FiloBot)’을 개발했다. 뱀과 같은 모양으로 개발돼, 전통적인 로봇들이 넘을 수 없는 틈과 장애물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은 원뿔 모양의 머리와 넝쿨 줄기처럼 생긴 몸체로 제작됐다. 빛, 압력 등의 자극에 반응하며 성장하는데, 자랄수록 몸체가 길어진다. 플라스틱을 녹여 앞으로 인쇄해 나가면서 성장한다. 인쇄한 플라스틱은 열이 식으면서 단단해진다. 호스를 통해 장치 내부의 얼레가 풀리면서 3D 프린터 잉크가 공급된다. 

(사진=New Scientist)

성장한 몸체는 빛이나 압력의 영향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변형되지 않는다. 1분에 몇 mm씩 천천히 성장한다. 머리 부위에는 전자기기가 탑재돼 외부의 센서로부터 오는 신호에 반응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린터의 출력을 조절하는데 사용된다. 필로봇은 빛을 향하고, 땅에서 멀어지면서 몸체가 성장하는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수직 지지대가 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지지대를 감기도 한다. 이 연구를 이끄는 엠마누엘라 델 도토레 연구원은 눈사태, 산사태 등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기존 로봇들이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필로봇이 투입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느린 성장 속도를 놓고 엠마누엘라 델 도토레 연구원은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에 장점이 될 수 있다"라며 "예컨대 불안정한 건물을 기어 다닐 때 부드러운 확장이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필로봇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소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