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들고 셔틀콕 가볍게 받아친다…스위스 연구진, 배트민턴 치는 4족 보행 로봇 공개

2025-08-27     마주영 기자
(사진=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라켓을 들고 셔틀콕을 받아치는 사족 보행 로봇이 등장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 연구팀은 셔틀콕이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해 사람과 배드민턴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개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네 발로 달리는 로봇개 '애니멀(ANYmal)'에 새로운 제어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두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셔틀콕이 공중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추적하고, 궤적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해당 로봇은 어떠한 기술도 배우지 않았고, AI 강화학습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 

연구진은 애니멀이 라켓으로 셔틀콕을 성공적으로 받았을 때 보상을 제공하도록 설계했다. 애니멀은 가상 경기장에서 3500번이 넘는 시뮬레이션 경기를 치렀고, 다양한 상황을 스스로 학습했다. 수 천 번의 시도 끝에 셔틀콕의 궤적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개된 영상에서 로봇개는 셔틀콕을 정확하게 맞추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시각 지각 시스템과 운동 기능 간의 균형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은 ‘애니멀(ANYmal)-D’로 명명됐으며, 테스트 결과 실제 사람과 10회까지 랠리를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스위스 연구진의 애니멀은 지난해 '파쿠르(Parkour)' 동작을 익혀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로봇개가 파쿠르 동작을 훈련한 이유는 뭘까. 장애물을 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파쿠르는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운동이다. 안전장치 없이 오직 사람의 운동감각만으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파쿠르의 묘미다. 벽을 오르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파쿠르 동작이 건설 현장이나 재난, 재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다로운 지형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연구진은 판단했다. 

(사진=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애니멀은 배드민턴을 배우는 것과 유사한 방법으로 파쿠르 동작을 배웠다. 그 결과 잔해 더미들의 틈과 움푹 패인 곳을 인식하고 통과하는 동작을 수행할 수 있고, 미끄럽고 불안정한 표면에서도 더욱 확실한 발을 디딜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조만간 붕괴 위험이 큰 지진, 건물 붕괴 현장에서도 애니멀이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연구진은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몇몇 연구원들은 다리가 있는 로봇이 이미 잠재력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지만, 저의 생각은 달랐다"라며 "다리가 있는 로봇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