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日 후쿠시마 원전 사고 14년…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4년이 흘렀다. 사망자와 실종자,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까지 더하면 약 2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최악의 원전 사고라고 불리고 있다. 원전 사고는 후쿠시마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후쿠시마의 방사선 수치는 현재 안전 범위에 있을까. 14년의 세월 동안 마을과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기록하기 위해 과학 유튜버 지식인미나니와 과학쿠키, 공돌이용달이 원전 사고 지역을 찾았다.
필자를 비롯한 과학 유튜버들은 후쿠시마에서 첨단 장비와 과학적 분석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의 흔적을 쫓았다. 여정은 원전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고리야마시의 한 숙소에서 시작됐다. 이곳의 공간 방사선량률은 시간당 0.03 마이크로시버트로,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의 평균적인 자연 방사선 수준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원전 반경 20km 이내로 접근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한때 '귀환 곤란 구역'으로 지정됐던 지역의 경계에 다다르자 계측기 수치는 시간당 0.5 마이크로시버트(μSv/h)를 넘어섰다. 이는 일반적인 자연 방사선 수치의 5~6배에 달하는 값이다.
동행했던 한 유튜버는 "체르노빌에서는 길을 지나가다 10 μSv/h를, 맨홀 뚜껑에서는 130 μSv/h를 본 적도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눈 앞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수치에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전에서 불과 5~6km 떨어진 한 마을의 방사선 수치는 어땠을까.
도로와 건물 등 기반 시설은 대대적인 제염(decontamination) 작업을 거쳐 놀라울 정도로 낮은 방사선 수치를 기록했다. 일부 구역은 시간당 0.13 마이크로시버트 수준으로, 사고 이전의 자연 상태로 회복된 듯 보였다. 마을 곳곳에서는 재건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동시에 사람의 발길이 끊겨 폐허처럼 변해버린 건물과 무성한 잡초가 뒤엉켜 있었다.
탐사팀은 원전에서 약 2~3km 떨어진, 최근 귀환 곤란 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에서 예상치 못한 '핫스팟(Hot Spot)'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공간이 서울과 비슷한 수준인 0.1~0.2 μSv/h를 유지했지만, 특정 지점의 토양과 식물 근처에서는 수치가 0.9 μSv/h까지 치솟았다.
특히, 폐기물 수거물이 쌓여있는 한쪽 아스팔트 바닥에 계측기를 가까이 대자 수치는 순식간에 2.5 μSv/h까지 급상승했다. 이를 놓고 한 전문가는 "오염된 토양이나 물질을 아스팔트로 덮어 방사선을 차폐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정했다. 이는 광범위한 제염 작업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오염원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탐사팀은 현장에서 휴대용 감마선 분광분석기를 이용해 5분간 토양의 방사성 핵종을 분석하는 정밀 측정에 나섰다. 분석 결과, 화면에 뚜렷하게 나타난 피크는 자연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칼륨-40(Potassium-40)'이었다. 우려했던 인공 방사성 물질인 세슘(Cesium) 계열 핵종은 검출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핵심 쟁점인 삼중수소(Tritium)는 에너지가 약한 베타선을 방출하는데, 이 베타선은 물 분자를 거의 투과하지 못해 공기 중에서나 현장 장비로는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는 "해수 속 삼중수소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대량의 바닷물을 채취해 농축하고, 외부 방사선을 완벽히 차단한 납 차폐 시설에서 장시간 계측해야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도 들어봤다.
현지 숙소 주인은 "사고 전 이곳은 도쿄전력 직원들이 모여 살던 부유한 동네였다"라고 회고했다. 원전 사고는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수년간 지속된 제염 작업과 모니터링으로 방사선에 대한 불안은 많이 줄었지만, 떠나간 사람들이 모두 돌아온 것은 아니다.
그는 "최근 원자력 관련 연구 및 제조 시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자 젊은 세대가 하나둘씩 돌아와 작은 정착촌을 이루고 있다"라며 말했다. 이번 탐사는 후쿠시마가 마주한 현실이 단순히 '안전하다' 또는 '위험하다'라는 이분법으로 재단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대대적인 노력으로 일상은 상당 부분 회복됐지만, 땅 속을 비롯한 버려진 건물 틈새, 그리고 주민들의 기억 속에는 10여 년 전의 재앙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과학은 회복의 정도를 숫자로 보여주지만, 공동체의 완전한 치유와 신뢰 재건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