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초 만에 심장질환 진단…200여년 만에 AI 입고 진화하는 '청진기'
의사들이 진찰을 할 때 사용하는 청진기의 역사는 올해로 209년이 됐다. 청진기가 없었을 때, 의사들은 환자 몸에 직접 귀를 대고 진찰을 해야 했다. 1816년 프랑스 의사 르네 라에네크가 청진기를 발명하면서 이러한 불편함이 사라졌다.
귀를 직접 환자 몸에 대지 않아도 심장과 폐의 소리를 또렷이 들을 수 있게 됐다. 이후 200여년 간 의사들의 필수 도구가 된 청진기에 최근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며 새로운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AI 청진기'가 의사들이 심장과 폐질환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 청진기'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기업은 미국의 에코헬스(Eko Health)다. 에코헬스는 코너 란드그라프 최고경영자(CEO)와 타일러 크라우치, 제이슨 벨렛 최고사업책임자가 2013년 설립한 기업이다.
코너 란드그라프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 버클리)에서 석사 학위 논문을 쓰는 동안 심장 전문의들의 임상적 어려움을 알게 됐고, 기존 청진기의 한계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그는 아날로그 청진기를 임상의들이 심혈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스마트 기기로 탈바꿈시켜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에코헬스는 2015년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능을 모두 갖춘 최초의 FDA 승인 청진기를 출시한 이후 임상의를 돕기 위한 AI 기술을 속속 도입했다. 최근 심폐질환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AI 청진기'를 여러 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에코헬스의 AI 청진기는 익숙한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증폭 및 소음 제거 기능이 방해되는 배경 소음을 줄여 심음과 폐음을 더욱 선명하게 들을 수 있다. AI는 환자의 심음과 ECG(심전도) 데이터를 처리하고, 기기에서 즉시 심박수를 시각화해 심장 건강에 대한 더욱 완벽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어 심장 질환의 중요한 지표인 심방세동 등이 15초 이내에 표시돼, 이를 바탕으로 진단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게 된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면서 나타나는 부정맥이다. 주로 고혈압, 심부전, 판막질환 등에 동반되는 질환이다.
의사가 직접 환자의 몸에 청진기를 대지 않아도 몸 속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에 원격 진료를 위한 도구로도 활용 중이다. 에코헬스는 미국 전역의 800개 이상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 시스템에도 'AI 청진기'를 도입했다. 실시간 가상 진료 중에도 고품질 원격 청진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에코헬스가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청진기' 관련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사운드는 AI 청진기를 통해 심폐질환을 판별하는 AI 솔루션을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심장박동과 호흡 소리를 AI로 분석해 질환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반려동물용 AI 청진기도 내놓았다. AI 청진기 위더펫은 10초 가량 청진만으로도 소형 반려견의 주요 심장병을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위더펫은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많은 반려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