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번역기' 만들던 회사, AI 에이전트 만든다…MS·오픈AI·앤트로픽 등에 도전장
인공지능(AI) 번역기는 직장인들의 필수 도구가 됐다.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시간 절약, 비용 절감, 업무량 감소 등에 AI 번역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구글 번역기, 네이버 파파고, 딥엘(DeepL) 등 번역기가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번역 도구 시장에 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AI 기반 기능을 속속 내놓으며 시장 내 굳건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AI 번역기를 개발한 딥엘이 그 주인공이다.
딥엘은 2017년 야로스와프 쿠틸로브스키 최고경영자(CEO)가 독일 쾰른에서 설립한 번역 특화 AI 기업이다. 딥엘은 그간 텍스트·음성 번역, AI 기반 글쓰기 솔루션, 고도화된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등 다양한 AI 기반 번역기를 개발·서비스해 왔다.
한국 시장에는 지난 2021년 진출했다. AI 번역 도구를 출시한 이후 딥엘은 국내외로 비즈니스 영역에선 ‘구글 번역보다 정확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공신경망을 통해 원문의 뉘앙스까지 살릴 수 있어, 더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번역을 생성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기(The World's most accurate translator)'를 표방한 딥엘은 228개 전 세계 시장에서 20만 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설립 이래 AI 번역기에 집중하며 승승장구하던 딥엘은 최근 번역과 더불어 AI 에이전트에 강점을 둔 기술 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딥엘은 3일 지식 근로자의 업무를 간소화하고 자동화하도록 설계된 자율 AI 에이전트인 '딥엘 에이전트DeepL Agent)'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AI 기반 언어 기술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에이전트까지 개발하며 미래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딥엘은 수년간 상황 인식, 보안을 요구하는 복잡한 언어 문제 등을 AI로 해결하는 데 투자해 왔다. 이러한 탄탄한 연구 경험이 다양한 작업을 이해하고 추론하고 실행해 주는 도구인 에이전트 분야에서 차별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딥엘은 보고 있다.
딥엘 측은 "딥엘 에이전트는 지식 근로자들이 매일 직면하는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도록 설계된 자율적이고 안전한 AI 에이전트"라며 "딥엘 에이전트를 일부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테스트 중이다. 이는 딥엘의 사명을 향한 흥미진진한 다음 단계이며, 기업 운영 방식을 재정의할 도구의 시작일 뿐이다"라고 했다.
딥엘 에이전트는 자연어 프롬프트에 응답하며, 복잡한 워크플로를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기존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를 대신해 작업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활용 범위는 언어 관련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사용자가 컴퓨터에서 수행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영업, 재무, 마케터, HR 등 다양한 분야의 팀에게 혁신적인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이 에이전트는 영업팀을 위한 인사이트를 자율적으로 도출하고, 재무팀의 송장 처리를 자동화하며, 현지화팀의 문서 번역 및 승인을 처리할 수도 있다.
다만 AI 에이전트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시장을 견인하는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말 주어진 목표에 따라 스스로 자료를 찾고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을 내놓으며 'AI 에이전트' 시장 진입 신호탄을 쐈다.
최근 크롬 브라우저 내에서 클로드에게 작업을 대신 수행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클로드 포 크롬'의 연구 프리뷰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MS도 지난해 실시간 통역, 행정 업무 등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뒤따라 공개했다.
당시 MS 측은 "AI 에이전트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겠다"라며 모든 직원에게 개인 AI 비서를 제공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도 선언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최근 사용자를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일정을 찾거나, 문서를 작성하고, 코드를 실행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자연어를 통해 에이전트와 상호 작용할 수 있어 간편하게 작업을 지시할 수 있다. '챗GPT 에이전트'는 기존 두 개의 기능이 결합돼 한층 강력해졌다고 오픈AI 측은 밝혔다.
예를 들어 챗GPT 창에 "일본식 아침 식사를 위한 재료를 계획하고 구매해 줘"라고 입력하면 챗GPT 에이전트는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작업을 수행한다. 챗GPT 에이전트는 스스로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을 한 후 식당 예약도 대신해 준다.
기존 빅테크들의 AI 에이전트와 달리 비즈니스에 특화됐다는 것이 딥엘 에이전트의 강점으로 분석된다. 반면 빅테크들의 모델에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어, 딥엘의 에이전트가 유의미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스테판 메스켄(Stefan Mesken) 딥엘 수석 과학자는 "보고서 분석이든 내부 송장 관리든, 동료에게 하듯이 간단한 지시만 내리면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직장 비서가 있다고 상상해보라"며 "딥엘 에이전트가 그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원이 더욱 개인화되고 각 사용자의 요구 사항과 일일 워크플로에 맞게 조정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