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 동안 스마트폰은 그대로"…英 낫싱, 'AI 전용 단말기' 내년 출시 예고
영국 스마트폰 제조사 낫싱(Nothing)이 인공지능(AI) 전용 단말기 출시를 예고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낫싱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원플러스의 공동 창립자인 칼 페이(Carl Pei)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설립한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낫싱은 혁신을 강조하며 독특한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23년 국내 시장에도 스마트폰을 론칭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낫싱은 전년 대비 177% 성장하며 2분기 100만대 출하량을 기록했다.
인도 시장에 집중한 전략이 먹힌 것으로 보고 있다. 뜨거운 인기에 힘 입어 낫싱은 최근 글로벌 투자사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이 주도한 시리즈 C 투자 라운드에서 2억 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라운드에서 낫싱은 기업가치를 13억 달러(약 1조 8000억원)로 평가받았다.
이로써 누적 투자금은 4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칼 페이 CEO는 "지난 18년 동안 스마트폰은 어디에나 존재하게 됐다. 일상생활의 수많은 작업을 처리하는 주요 개인용 컴퓨팅 도구이다"라며 "반면, AI는 지난 3년 동안 혁신적인 발전을 이룬 반면, 스마트폰 사용 경험은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AI가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소비자용 하드웨어도 AI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칼 페이 CEO는 "사용자를 알지 못하고 항상 존재하지 않는 AI OS는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라며 "이것이 낫싱의 다음 단계이다. AI 경험을 하드웨어 장치에 통합해 기술이 우리를 증폭시키는 방식을 혁신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최초의 AI 기반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칼 페이 CEO는 "스마트폰은 강력하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주머니에 들어 있거나, 두 손 가득 짐을 지고 이동 중일 수도 있다"라며 "사용자가 필요한 순간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이해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지능이 결합된 AI 기반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AI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가운데 AI 전용 단말기가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휴메인이 만든 AI 단말기 'AI 핀'은 시장에서 외면받으며 2월 말 서비스를 종료했다.
HP에 매각되며 단행된 조치다. CES, MWC 등 세계적인 전시회에서 큰 관심을 받은 스타트업 래빗도 AI 단말기 'R1' 기기를 내놓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