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개도국 생태학자들과 함께 본 국립생태원 습지…어떤 생명체가?
지난 주말 국립생태원 내 한적한 습지에서 특별한 탐사가 진행됐다. 언뜻 보기엔 외국인들이 대거 참여한 평범한 생태 체험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실 행사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평범한 관광객으로서 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은 게 아니다.
개발도상국 출신의 생태 전문가들이다. 필자(지식인미나니)는 외국에서 온 생태학자들이 물 속 곤충을 채집하며, 습지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저수지 물가에서 물속 생명체를 잡는 법은 간단해요. 이렇게 뜰채로 휘저으면 됩니다."
탐사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뜰채를 들고 조심스럽게 물속을 휘저었고, 이내 작은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물방개'였다. 육식성 곤충인 물방개는 자신보다 작은 곤충이나 올챙이, 소형 어류를 잡아먹고 산다.
특히 노처럼 납작하고 털이 난 뒷다리가 특징이며, 딱지 날개 아래 공기 방울을 저장해 오래 잠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곧이어 기이한 생김새의 '장구애비'도 발견됐다. 물 위에서 앞다리를 첨벙거리는 모습이 장구를 치는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지만, 생김새가 전갈과 비슷해 외국에서는 '워터 스콜피온(Water Scorpion)'으로 불린다.
이날 습지의 풍부한 생태계를 목도할 수 있었다. 또아리를 튼 껍데기 모양의 '또아리물달팽이' , 물풀이나 짚신벌레를 먹고 사는 '우렁이'와 '다슬기'를 볼 수 있었다. 우렁이는 알을 몸속에서 부화시켜 새끼를 낳는 난태생 동물이다. 국내 저수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머리도 발견됐다.
거머리는 앞뒤에 달린 빨판으로 이동하며, 흡혈하는 종은 입안에 3개의 턱이 있어 물리면 Y자 모양의 상처를 남긴다. 하나의 개체가 암수 특징을 모두 가진 자웅동체이기도 하다. 깨끗한 물 근처에서 주로 발견되는 날도래의 유충도 확인됐다. 다리가 없는 모기 유충과 달리, 가슴 쪽에 세 쌍의 다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채집한 생물들은 '생물 지표 평가표'를 통해 분석됐다. 분석 결과, 이곳 습지의 환경 상태는 대부분 '보통' 등급(1.5~1.9)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명체들이 살기에 양호한 환경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매우 양호' 등급이 나온다고 해서 사람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식수 적합 여부는 대장균 검사, 남조류 검사 등 별도의 정밀 검사를 거쳐야만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국 생태학자들은 어째서 이곳을 찾은 것일까. 이들은 코이카(KOICA)와 국립생태원이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해 공동으로 진행하는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 참여한 개발도상국 전문가들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습지 보전을 위한 모니터링, 역량 강화, 협력 사업 모색 등을 지원하는 국제 협력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은 연수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각국의 습지 복원 사업을 계획하고 발표하는 등, 국제적 습지 보호 노력을 함께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다.
이번 현장 탐사가 세계 각국의 생태 전문가들에게 귀중한 경험이 되었기를 바라며, 전 지구적 과제인 환경 보전을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