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AI에 사활 거는데…英 성인 10명 중 4명 "AI는 경제적 위험 요소"

2025-09-23     진광성 기자
(사진=TBI)

영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AI 강국' 도약을 위해 선도기업을 유치하고, 공공 부문에 AI를 도입하는 등 정부가 먼저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 오는 2030년까지 공공 부문의 컴퓨팅 용량을 20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컴퓨팅 인프라 강화를 위한 이니셔티브인 ‘AI 리서치 리소스’에 대한 접근도 개방한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AI 분야의 업계 리더로 구성된 'AI 에너지 협의회'를 설립, 원자력 등 저탄소 에너지원의 역할을 모색할 예정이다. 더불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이에 대해 세일즈포스 영국 사장은 "선진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정부는 민원 처리를 위한 AI 챗봇도 도입했다.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AI 기술을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영국 정부는 자국 내 중소기업의 민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통합포털(GOV.UK)에 AI 챗봇을 도입했다. 

(사진=엔비디아)

기존 정부포털 내 사업 관련 페이지와 연동된 챗봇은 '사업 설립', '상표 검색' 등 비즈니스 관련 질문에 답변할 수 있다. 환각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영국 정부는 더욱 엄격한 안전 조치와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마지막 테스트 이후 영국 정부의 전문가들은 AI 챗봇이 어떤 질문에 답해야 하고, 답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보호 장치'를 추가했다. 

외부 투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영국 전역의 여러 기업과 협력해 12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기로 했다. MS는 엔스케일과의 협력을 통해 향후 4년 동안 300억 달러(약 4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헀다. 

구글도 향후 2년 동안 영국에 50억 파운드(약 9조원)를 연구개발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세일즈포스도 영국 사업에 추가로 20억 달러(약 2조 7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AI 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는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AI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피터 카일 기술부 장관은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접근한다. 일단 AI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기대한 것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라고 했다. 이어 카일 장관은 "AI 기술은 이미 경제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성인들의 절반 정도는 집이나 직장에서 생성형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TBI)

이처럼 영국 정부가 'AI 산업' 육성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영국 국민들은 AI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블레어 전 총리가 창립한 싱크탱크 '토니 블레어 연구소'(TBI)는 영국 성인 37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에 대한 인식'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9%가 AI를 경제에 대한 위험 요소로 보고 있으며, 20%만이 AI를 주로 기회 요소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응답자의 59%는 AI를 영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험 요소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국민의 절반 정도가 AI를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AI에 대한 낮은 신뢰가 기술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의 38%는 'AI 콘텐츠에 대한 신뢰 부족'을 A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윤리 기준에 대한 우려는 모든 연령대에서 주요 장벽으로 꼽혔다. 

45세 이상 응답자들의 경우 AI를 기회보다는 위험 요소로 보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TBI)

기술 및 전문 서비스 분야의 종사자들은 AI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만, 의료 및 교육 분야의 종사자들은 AI에 대한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AI를 위험 요소로 인식한다는 응답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여성 응답자들은 AI 도입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TBI 관계자는 "영국은 미국과 중국처럼 개발에서 앞서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다만 AI 도입에서는 앞설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기술에 대한 폭넓은 대중의 신뢰를 구축하지 않는 한 영국은 AI 초강대국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도 AI 활용에 있어 '대중의 신뢰'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2035년까지 약 1000만 명의 근로자가 일상 업무에서 AI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들이 AI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자신감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