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에 팔린 그림 그린 화가의 정체는 '로봇개'

사람 예술가와 로봇개의 협업 '눈길' AI 로봇개의 사람 뺨치는 그림 실력 일부 작품 최고 4만 달러에 낙찰돼

2024-01-24     윤영주 기자
(사진=agnieszka_pilat 인스타그램)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그리고 미술의 교차점에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그네츠카 필라트(Agnieszka Pilat). 폴란드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그녀가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은 다름아닌 '로봇개'였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폴란드계 미국인 예술가인 아그네츠카 필라트가 로봇개와의 협업으로 만들어낸 흥미로운 작품 세계에 대해 보도했다.

필라트는 작품을 창작할 때 붓이나 연필을 들지 않는다. 심지어 손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4족 보행 로봇개를 들였다. 필라트의 손과 도구가 된 동료는 바로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가 개발한 로봇개다. 필라트는 처음 유튜브에서 로봇개들을 보자마자 매료됐다고 한다. 이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연락해 로봇개들과 협업이 가능한지 물었다. 회사 측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로봇개의 사용법을 알려줬다.

필라트는 몇 달 동안 바시아(Basia)·바냐(Vanya)·버니(Bunny)라고 이름을 지은 세 마리의 로봇개를 가르쳤다. 그림 붓을 입에 물고 거대한 캔버스 위에 추상적인 예술작품을 그리도록 했다. 훈련을 받은 로봇개들은 센서와 카메라, AI를 사용해 주변을 감지하고 파악하면서 마치 화가처럼 꽤 그럴싸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인간의 예술 작품과 닮은 36점의 그림 시리즈가 탄생했다.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경매에서 최고 4만 달러(약 5,3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사진=agnieszka_pilat 인스타그램)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NGV)에는 로봇개들이 지내면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맞춤 제작된 스튜디오도 마련돼 있다. 이전에는 필라트가 스튜디오에서 로봇개와 항상 함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로봇개들은 QR코드로 안내를 받아 자율적으로 공간을 탐색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면 도킹 스테이션으로 돌아간다. 필라트는 이 같은 변화에 주목했다.

오는 4월 7일까지 열리는 필라트의 전시회 '헤테로보타(Heterobota)'는 '생성형 AI'를 주제로 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기술이 창의적이고 표현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필라트는 기술을 삶의 한 형태로 바라본다고 말한다. 기술이 차갑고 비인간적이고 위협적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기술도 따뜻하고 유쾌하고 예술적일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는 것. 창의성과 표현에 대한 기술의 잠재력을 탐구하고 싶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