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에 억만장자 된 '틴더·범블' 창업자 전기영화 '스와이프'…스닙팟 이성규 대표가 짚어보니
해시태그(#) 네트워크 스닙팟(Snippod)을 이끌고 있는 필자는 스타트업, 창업자 소재 영화라면 꼭 챙겨보곤 한다. 최근 디즈니플러스에 유명 창업자의 전기영화인 '스와이프'가 공개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영화는 세계 최대 데이팅 앱 틴더(Tinder)와 범블(Bumble)을 창업한 휘트니 울프 허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틴더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틴더는 마음에 드는 이성이 보이면 '스와이프(화면을 밀어 이성을 고르는 행위)' 기능을 통해 데이트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팅 앱이다. 그렇다면 데이팅 앱 시장의 2위 플랫폼은 어느 곳일까.
최근 치고 올라오는 데이팅 앱 '범블'이다. 앞서 언급한 휘트니 울프 허드 창업자는 데이팅 앱 시장 점유율 1위, 2위인 틴더와 범블 설립 작업에 모두 참여한 인물이다. 틴더 공동 창업자였던 휘트니 울프 허드는 틴더의 공공연한 성추행과 성차별로 소송을 제기하며 회사를 떠났다.
이후 그는 2014년 범블을 설립했다. 여성이 먼저 대화를 시작하도록 설계한 점이 범블의 차별화 포인트다. 데이팅 앱 업계의 룰에 도전한 것이다. 아무리 본인이 세계 최고의 데이팅 앱인 틴더의 공동 창업자였었더라도, 후발주자로 시작해 틴더를 위협하는 스타트업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데이팅 앱 시장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수많은 앱들의 격전지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만으로도 영화 '스와이프'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영화 ‘신데렐라’, ‘베이비 드라이버’, ‘맘마미아2’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릴리 제임스가 주연을 맡았다. 한껏 기대감을 갖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와이프는 영화로서 아쉬움이 크다. IMDB 평점도 현재 6.3 수준이다. 최악의 영화라고 볼 수는 없지만, 수작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는 게 해외 네티즌의 반응이다. 울프 허드는 실제 올해 초 다시 범블 CEO로 복귀했다. 복귀 이후 현재 내외부에서 여러 가지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범블이 지난 2021년 상장되면서 울프 허드는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주가는 내리막길을 탔고, 현재 90% 이상 하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에서는 아직 현역인 울프 허드 CEO를 '완성된 여성 리더'로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온전히 그대로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제작사에서도 이런 점을 모르진 않았을 터.
최대한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활용해서 표현하려는 것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전기영화라면 한 인물에 대해 조금 더 감정적인 모습, 인간적인 모습도 잘 그려져야 한다. 이 영화에는 그런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적으로 상당히 애매한 영화가 됐다고 본다.
휘트니 울프 허드는 1989년생으로, 아직 30대 후반의 ‘걸보스’이다. 대외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대변하는 좋은 리더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리더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눈초리도 꽤 받고 있다. 급하게 전기영화를 만든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분명한 재미 요소도 존재한다.
현실적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씬'을 잘 담았다고 느껴진다. 필자 역시 B2C 서비스(스닙팟·snippod) 창업가이고, 매일 어떻게 유저를 유치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러한 분야에서 최근 실제 성공 사례를 영화로 만들어져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더욱 흥미롭게 볼 수밖에 없었다.
예고편으로 볼 때는 틴더 이후에 범블 창업 스토리에도 꽤 초점을 맞출 것 같이 보였지만, 사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틴더 이야기이다. 후반부에서도 범블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분산되면서 범블 창업 및 서비스 성장 스토리에 대한 비중은 적었다.
사건 나열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영화 전체에 빠져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스타트업 창업자로서는 틴더 성장 과정, 서비스 탄생 과정의 디테일한 사실들을 표현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이런 부분들이 영화적으로, 대중적으로 재미요소로 보일까 싶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틴더가 초기에 유저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포인트를 잡아내는 대목이 나온다. 해당 부분이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받아들여졌는가라고 한다면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평가된다. 스쳐 지나가듯 보여주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흥미로운 구간들이 꽤 자주 있었다. 분명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에겐 중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선 딱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는 내용들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의 핵심 내러티브가 스토리적으로 주제를 잘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핵심 주제를 완전히 희석시켰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자체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게 됐다고 본다.
필자는 최근 데이팅 앱 서비스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할 기회가 있었다. 확실히 B2C 서비스는 그 무엇보다 브랜드 콘셉트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동일한 인사이트를 '김단테'님이 번역한 ‘데이팅 앱 내부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데이팅 앱 스타트업 내부자의 폭로(?) 아닌 폭로가 담겼다. 이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데이팅 앱은 제품 측면에서는 대동소이하고 차별화는 결국 '마케팅 메시지’로 이뤄진다는 언급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면 이런 부분이 아주 잘 드러난다.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브랜드 콘셉트'를 구축한다면 이것만큼 B2C 서비스에서 중요한 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없다. 반대로 말하면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차별화된 ‘브랜드 콘셉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마치 범블이 기존 틴더의 약점이 된 ‘여성이 약자로 포지션 되고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공략하면서 빠르게 따라잡은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네트워크 효과는 결국 초기 유저 확보 전략에서 시작된다', '브랜드 콘셉트 하나가 곧 프로덕트다'라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틴더의 경우 남자 유저가 부족하면 여자 유저가 모이지 않고, 반대로 여자 유저가 없어 남자가 모이지 않는 '닭과 달걀'의 문제를 풀어낸 순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죠. 워낙 유명한 에피소드였는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그러한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길 수 있었다.
이걸 누구나 흉내 내고 싶어 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본인이니까 또 범블에서 똑같이 재현해 낼 수 있었다는 점도 감명 깊었다. '여성 우선'이라는 차별화된 브랜드 콘셉트로 자리를 잡은 범블의 사례를 보면서 '브랜드 콘셉트 하나가 곧 프로덕트'라는 점도 다시금 느꼈다. 영화 '스와이프', 누구에게나 추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B2C 스타트업 창업가 및 마케터들에게는 분명 영감을 줄 것이다.
주요 학력
▲ 고려대학교 물리학 학사
▲ KAIST 웹사이언스 공학 석사
주요 경력
▲ SK C&C IT컨설턴트
▲ 스닙팟 창업 & 대표
이성규 스닙팟 대표는?
고려대학교 졸업 후 SK C&C 에서 IT컨설턴트로 근무하던 중 2012년에 정보검색 및 인공지능 연구를 보다 심화시키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보검색&자연어처리 연구실에서 석사과정으로 입학하였다. 이 때 추천시스템 및 LDA (Topic Modeling) 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였다.
이후 연구 주제인 Topic Modeling 을 활용 주제별로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 스닙팟 (Snippod) 을 창업하였다. 이후 주제를 기반으로 웹 콘텐츠를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 추천시스템 기술을 NTIS(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에 적용하였다.
현재는 #해시태그 기반으로 열린 정보 공유 플랫폼 스닙팟 iOS/Android 앱을 런칭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