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 떠나 日 도쿄서 AI 기업 설립한 카페 사장…"업무 문화·물가 너무 달라"

2025-10-01     유형동 수석기자
콜레가 AI 창업자 에릭 펑. (사진=링크드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0년 넘게 거주했던 연쇄 창업가 에릭 펑(Eric Fung)은 5개월 전 일본 도쿄로 거주지를 옮겼다. 미국 내 스타트업과 포춘 100개 기업에서 비즈니스 팀을 이끌기도 했던 그가 일본으로 영구 이주한 이유는 뭘까.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에릭 펑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홍콩에 살던 그의 아버지는 미국에 이민을 왔고, 웨이터, 리무진 운전사 등으로 근무하며 미국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애썼다. 이후 부모님은 식당을 개업했고, 에릭 펑도 어릴 적부터 식당 운영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부모님은 에릭 펑이 전통적인 '화이트칼라' 직업을 갖길 원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에릭 펑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 진학해, 광고와 홍보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광고 회사에 입사했지만, 회사 생활이 성향에 맞지 않았던 에릭 펑은 스타트업에 입사해 홍보 업무를 맡게 됐다. 3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회사를 직접 설립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콜레가 AI 창업자 에릭 펑. (사진=링크드인)

그는 24살이 되던 해에 가방 하나를 챙겨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스타트업 창업을 하기에 뉴욕보다는 샌프란시스코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러 기업을 거친 그는 2019년 첫 인공지능(AI) 기업을 설립했다. 엔지니어를 위한 AI 도구를 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됐다.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버블티 가게, 팬케이크 카페, 퓨전 레스토랑을 열었다. 각 점포 모두 그가 직접 설립해 운영했다. 레스토랑, 카페를 운영하며 그가 겪었던 가장 큰 문제는 적절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부재하다는 점이었다. 현재 시장의 마케팅 도구들은 '전문 마케터'를 위해 설계돼 있어, 소상공인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케팅 대행사에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에 에릭 펑은 각 브랜드 이미지에 부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2024년 1월 콜레가 AI(Colega.AI)를 설립하고, 이른바 'AI 소셜 미디어 매니저'를 출시했다. 

(사진=콜레가 AI)
(사진=콜레가 AI)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니어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는 "콜레가 AI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라인 메신저를 통해 문자를 보내는 것과 유사하다. 사용자가 AI에게 질문하고, 요청하고 작업을 완료하도록 지시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콜레가 AI의 플랫폼은 매일 브랜드를 위한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작성하고, 비즈니스 리포트 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콘텐츠 만들어서 내일 오후 2시에 페이스북 계정에 올려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작업을 수행한다. 바쁜 식당 주인들의 경우 사진만 찍어 올리면, AI가 후속 작업을 모두 담당해 줄 수 있다. 

플랫폼을 출시한 이후 에릭 펑은 사업을 키우기 위해선 '고객이 있는 곳'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소규모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는 도쿄가 최적지라고 판단했다. 그는 3개월 간 일본에 방문했고, 콜레가 AI의 플랫폼이 가장 필요한 곳이 도쿄라는 점도 알아차렸다. 

콜레가 AI 창업자 에릭 펑. (사진=링크드인)
(사진=콜레가 AI)

그렇게 그는 창업 1년 4개월 만에 일본으로 영구 이주했다. 에릭 펑은 "시부야 근처에 넓은 원룸을 빌렸는데, 임대료가 캘리포니아보다 거의 50% 정도 저렴하다. 약 48평짜리 원룸인데 1350달러(약 189만원)를 내고 있다"라며 "샌프란시스코였다면 3000달러(약 420만원)는 족히 들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도쿄가 안전하고, 깨끗하며, 활기가 넘친다고 전했다. 또 캘리포니아에서 거주할 때보다 생활비도 훨씬 더 적게 든다고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10년 이상 근무해 온 그는 일본만의 업무 문화도 새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에릭 펑은 "긴 근무 시간과 연공서열(年功序列) 문화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라며 "문화를 존중하면서 유연한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미국에 식당·카페 등을 운영 중이다. 식당 오너로서 겪었던 문제를 쉽게 해결해줄 수 있기 때문에 일본 내 식당 주인들과의 대화가 더 쉽가는 게 에릭 펑의 설명이다. 콜레가 AI는 "저희의 AI 플랫폼은 언제든 새로운 전략을 브레인스토밍하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24시간 협업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