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미나니의 과학현장] 한반도 주변 바다가 들끓는 이유는? "에어로졸 감소 주목"
2023년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지구 온난화 추세에 더해, 역설적으로 '깨끗해진 대기'가 최근의 급격한 수온 상승을 촉발한 핵심 요인일 수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이는 올겨울 기록적인 폭설과 여름철 폭염·집중호우의 강도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이례적인 현상에 대한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필자(지식인미나니)는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국종성 교수를 만나 해수면 온도 상승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인공위성 해수면 온도 분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주변을 포함한 북태평양 해역 전반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다. 이는 평년보다 온도가 현저히 높다는 의미로, 일부 해역은 3℃ 이상 높은 '초고수온' 상태를 보인다.
국 교수는 "이 현상은 2023년부터 본격화됐으며, 겨울철에 잠시 완화되는 듯하다가 여름철(6~7월)로 접어들며 다시 급격히 심화되는 패턴을 보였다"며 "단순한 계절적 변동을 넘어선 명백한 이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대기 에어로졸 감소, '양산 효과'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이 최근의 급격한 온도 상승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로 제시하는 것은 '대기 중 에어로졸 감소'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 입자로, 태양 빛을 반사해 지표면과 해수면의 과열을 막는 '양산 효과'를 낸다. 이 '양산'이 최근 걷히면서 더 많은 태양 복사 에너지가 바다로 직접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어로졸 감소엔 '두 가지 국제적 변화'가?
첫 째는 2020년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연료 규제다. 기존 선박들이 사용하던 중유에는 황(Sulfur) 성분이 많아 다량의 에어로졸을 배출했지만, 규제 이후 청정 연료로 전환되면서 배출량이 급감했다. 둘 째는 중국의 대기 질 개선 정책이다. 중국발 산업 에어로졸이 줄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북태평양 전체의 대기가 맑아졌다.
전문가는 "환경 규제로 공기가 깨끗해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그동안 에어로졸에 의해 일부 가려져 있던 지구 온난화의 효과를 이제는 우리가 온전히 받게 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기-해양 상호작용의 '양성 되먹임'
여기에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수온 상승을 더욱 증폭시켰다. 작년과 올해 여름, 평년보다 일찍, 그리고 강하게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강력한 고기압은 맑은 날씨를 지속시켜 해수면을 강하게 데웠고, 뜨거워진 바다는 다시 대기를 팽창시켜 고기압 세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는 '양성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여름철 폭염과 해수면 온도 상승을 동시에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폭염, 집중호우, 눈 폭탄"
이렇게 높아진 해수 온도는 이미 한반도 기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여름철 기후 패턴이 변화한다. 강력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한반도에 폭염을 몰고 오는 한편, 태풍의 길을 막는 장벽 역할도 했다. 고기압이 일시적으로 수축할 때 그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한 바다의 막대한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폭염 뒤 집중호우'라는 변덕스러운 날씨 패턴이 반복됐다.
겨울철 폭설 위험도 급증한다. 전문가는 특히 올겨울 폭설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작년 11월의 이른 폭설도 높은 해수 온도가 주된 원인 중 하나였다"며 "차가운 북풍이 이례적으로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는 순간, 엄청난 수증기가 증발해 '눈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다. 폭설을 위한 필요조건은 이미 갖춰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해양 생태계도 파괴될 수 있다. 급격한 수온 상승은 특정 온도에 맞춰진 양식장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또 다른 변수 '라니냐', 고수온 현상 부채질하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기후는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전환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라니냐 시기에는 적도 태평양의 수온은 낮아지지만, 역설적으로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가는 "지난해는 북태평양 수온을 다소 억제하는 엘니뇨 시기였음에도 이례적 고수온이 나타났다"며 "올겨울에는 오히려 고수온을 부추기는 라니냐가 발달하면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의 고수온 현상은 장기적인 온난화 위에 '깨끗해진 공기'라는 변수가 더해지고, 대기-해양의 상호작용이 이를 증폭시킨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후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