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가 AI 기업·자금 모이는 실리콘밸리로 가지 않는 이유…"'이 지역'이 우리에 딱"
미국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 테크 업계의 심장부로 불린다. 이에 매년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든다. 구글, 애플과 같은 대기업에 근무하기 위한 인재들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설립하려는 예비 창업자들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쏟아지고, 탄탄한 AI 생태계 덕분에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이 '가장 빠른 길'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사업 확장에 나서거나, 인재를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를 찾고 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 최다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의 무료 외국어 학습 앱을 개발한 '듀오링고(Duolingo)'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1년 설립된 듀오링고는 매일 4000만명이 사용 중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누적 가입자만 해도 5억명이 넘는다. 그러나 최근 음성 기능을 갖춘 AI 모델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외국어 학습 시장 내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듀오링고는 애플리케이션 핵심 기능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이용자 유치·이탈 방지·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해서다.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듀오링고’ 최고경영자(CEO) 겸 창업자인 루이스 폰 안은 최근 "AI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에 한해 계약직 직원을 단계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혁신을 거듭해온 듀오링고는 지난 14년간 '혁신의 산실'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 '사무실 설립'을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거점을 설립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이유는 뭘까. 듀오링고는 피츠버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디트로이트와 뉴욕, 시애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듀오링고는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트렌드를 쫓거나 높은 임대료를 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피츠버그에 본사를 세웠다"라고 밝혔다.
피츠버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차세대 실리콘밸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듀오링고는 직원들이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피츠버그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를 쫓지 않아도 되고,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피츠버그의 큰 장점이라고 한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듀오링고에서 테스트 보안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미르자 바심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피츠버그로 이주했다. 바심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친구들과 교류하길 원한다. 피츠버그 사람들이 정말 친절하다는 걸 알게 됐다. 저녁 모임과 같은 걸 즐기기 좋다"라고 했다.
듀오링고에서 시니어 비즈니스 리크루터인 줄리어스 셰이드는 애틀란타에서 피츠버그로 이주했다. 셰이드는 "피츠버그로 이주하는 것은 저에게 장기적인 결정이었다. 피츠버그는 저렴한 생활비와 기회의 균형을 잘 맞춰주는 곳이었고, 제 미래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제품 관리자로 근무하는 사미르 술탄은 피츠버그에 온 이후 매주 강연을 들으러 다닌다고 한다. 술탄은 "피츠버그는 제가 아는 한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훌륭한 예술과 인문학을 접하면서도 동시에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도시"라며 "직장 밖에서도 든든한 커뮤니티를 갖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대학 시절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저를 이끌어준 도시이기도 하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