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원히 보존될 '한 맺힌 증언'…홀로코스트 희생자를 홀로그램·AI로 만나다

1월 27일 홀로코스트의 날 맞아 세계서 추모 행사 홀로코스트 관련 박물관, 생존자 증언 영상 데이터화 답변 영상 토대로 질문 인식·답변 프로그래밍 진행

2024-01-29     유형동 수석기자
홀로크스트 생존자들의 증언이 AI와 홀로그램을 통해 '대화형 모델'로 재탄생하고 있다. (사진=ilholocaustmuseum)

27일(현지시간)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들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9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다. 현 세대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고, 이를 통해 제대로 배워 기억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해 아픈 역사를 전하는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지역 연론 WCPO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중서부에 위치한 '일리노이 홀로코스트 박물관(The Illinois Holocaust Museum and Educational Center)', 신시내티에 위치한 낸시&데이비드 울프 홀로코스트&휴머니티센터(Nancy and David Wolf Holocaust & Humanity Center) 등 수많은 홀로코스트 관련 박물관에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Nancy and David Wolf Holocaust & Humanity Center)

실제 일리노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방문하면 실제 홀로코스트 생존자와 목격자의 홀로그램과 대화를 할 수 있다. 박물관 직원이 컴퓨터에 질문을 입력하면 맞춤형 AI 시스템이 답변을 개발하고 생존자의 목소리와 비슷한 오디오를 생성해 대화를 이어간다. 신시내티 홀로코스트&휴머니티센터에서도 생존자의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있었던 핀카스 거터(Pinchas Gutter)씨의 증언이 담겨 있다. 방문객들은 그의 경험,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하는 것에 대한 견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방문객이 떠올리는 대부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거터씨는 며칠 내내 녹음을 진행했다. 

실제 생존자의 증언이 학습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많은 생존자들의 증언만을 모아 학습을 진행한다. 요새 화두가 되는 생성형 AI의 최대 한계인 '환각' 우려가 없다는 설명이다. 오하이오 주에 거주하는 알 밀러(Al Miller)씨는 1937년 나치 독일을 탈출한 유대인이다. 이는 지난해 100세의 나이로 닷새 동안 자신의 증언을 녹음했다. 

박물관 이사이자 그의 며느리인 '바바라 밀러(Barbara Miller)'씨는 "후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며 "홀로코스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은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속속 새로운 생존자들의 증언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Nancy and David Wolf Holocaust & Humanity Center)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증언이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되면서다. 위안부 할머니가 살았던 방과 증언 목소리 등을 실감나게 만날 수 있게 됐다. 2021년 대구 희움역사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증언'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가 진행된 바 있다. 전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 등 3가지 분야로 구성됐다.  

현재와 미래 분야에서 기술이 주로 활용됐는데, 가상현실(VR)로 피해자가 살아온 공간과 사연이 깃든 물건들이 구현된 콘텐츠가 마련돼 피해자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체험할 수 있었다. 미래 전시 공간에서는 AI 기술로 생존 피해자 할머니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어,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해당 전시는 영원한증언 연구팀이 2018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대구 희움역사관에서 진행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증언' 포스터. (사진=희움역사관)

연구팀은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의 답변 영상을 찍고 AI 기술로 질문을 인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에는 중앙대학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는 '증언을 만나다'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현재 국내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40여 명 가운데 9명의 할머니만 남아 있다.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과제들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