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더 나은 살충제' 개발…실리콘밸리 거물도 인정한 10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 

2025-11-14     유형동 수석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제미나이)

중국 출신 타일러 로즈(18)와 인도 출신 나비 아난드(19)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울프람 여름학교'을 통해 처음 만났다. 울프람 여름학교는 고등학생들의 프로그래밍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진행되는 집중 교육 프로그램이다. 

당시 로즈와 아난드는 신약 개발 인공지능(AI) 모델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신약 개발 방법을 살충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는 데 뜻을 모았다. 두 사람 모두 농경지와 가까운 곳에서 생활해 왔기 때문에 평소에도 '해충 방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로즈는 중국에서 농사를 짓는 이모로부터 해충 방제의 어려움에 대해 배웠다. 아난드의 가족은 인도 델리에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그는 제한된 살충제 선택이 작물 수확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목도했다. 로즈는 "농업은 우리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AI 기반 약물 발견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기 위해 2024년 AI 스타트업 바인드웰(Bindwell)을 설립했다.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중퇴했다. 이어 바인드웰은 새로운 살충제 분자를 직접 발견할 수 있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했다. 

타일러 로즈와 나비 아난드 창업자. (사진=링크드인)

해당 모델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보다 4배 더 빠르게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게 바인드웰 측의 설명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업에서 살충제 사용량은 지난 30년 동안 두 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작물의 20~40%를 해충으로 잃고 있다.

해충이 진화하고 내성을 갖게 되면서 농부들은 동일한 수확량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의 화학 물질을 사용 중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생태계를 손상시키고 내성 증가와 부수적 피해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이에 각 정부는 살충제 등 화학적 방제를 정해진 용법에 따라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바인드웰은 AI가 완전히 새롭고 더욱 표적화된 분자를 발견함으로써 이러한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생태계를 오염시키지 않고 해충만 골라서 죽일 수 있는 살충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창업자들의 의견이다. 

(사진=바인드웰)

바인드웰은 AI가 특정 해충에만 존재하는 단백질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인간이나 유익한 곤충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단백질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바인드웰의 모델을 사용하면 '수십억 개'의 분자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물질 발견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인드웰은 최근 600만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제너럴 캐털리스트와 에이 캐피털 등이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는 폴 그레이엄 와이콤비네이터 설립자도 참여했다. 폴 그레이엄은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를 설립한 인물이다. 실리콘밸리의 거물로 불리는 폴 그레이엄은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로 평가받고 있다. 

바인드웰 창업자들은 그레이엄의 집에 초대돼, 그의 집 뒷마당에서 핵심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로즈 창업자는 "그레이엄의 조언을 받아 사업 모델을 정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바인드웰은 AI 모델을 대중들에게 서비스하기 보다 살충제 분자를 자체 설계하고, 해당 지적 재산권(IP)을 직접 라이선스하기로 결정했다. 

바인드웰은 현재 벼과 작물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워 농작물에 막대한 해를 끼치는 '열대거세미나방(Spodoptera frugiperda)'를 위한 최초의 살충제를 개발 중이다. 더 많은 살충제를 개발해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게 그들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