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스닙팟 대표

AI가 그린 VR 전용 의자. (사진=달리3)
AI가 그린 VR 전용 의자. (사진=달리3)

애플의 야심작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를 앞두고 주요 외신들과 커뮤니티상에서 리뷰 콘텐츠가 속속 게재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착용감'과 '무게'를 언급하는 리뷰들에 유독 눈길이 갔다. 무게로 인한 '장시간 사용'이 어렵다는 게 그간 가상현실(VR) 헤드셋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과연 애플의 비전프로는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정식 출시 전 '무겁다'라는 후기 속속

영향력 있는 세계적 테크 유튜버 'MKBHD'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비전프로 사용 후기를 올렸다. 이 유튜버는 무려 4번이나 무겁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결국 애플의 비전프로도 헤드셋 무게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비전프로의 무게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대략 453g~680g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쟁 제품인 메타 퀘스트3의 경우 515g, PS VR2는 대략 560g이다. 

애플이 뛰어난 기술력으로 무게를 줄였을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제품에 금속과 유리가 사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하더라도 'Solo Knit Band'라고 불리는 좌우 연결 밴드 이미지를 공개했지만 실제 시연자들에게는 머리 위로 무게를 분산하는 밴드를 제공했다. 애플도 무게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명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애플)
(사진=애플)

멀미 현상은 완화되는데 무게는 10년여 동안 그대로

VR헤드셋의 주요 이슈 중 하나인 '멀미 문제'는 지난 10년여 간 많이 개선됐다. 그러나 무게로 인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체공학적인 스트랩이 속속 출시돼 착용감은 개선됐지만, 기기 무게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필자도 오큘러스 DK2부터 PS VR까지 많은 헤드셋 기기를 사용한 바 있다. 누적 100시간 이상 게임을 즐겨보기도 했다. VR헤드셋을 착용해보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그 무엇보다도 역시 무게였다.

VR에서 핵심은 분명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 기술, 해상도와 딜레이 등의 스펙은 10년 전과 비교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애플 비전프로는 엄청난 기술력을 보여줄 것이다. 그럼에도 장시간 사용에 따른 ‘무게’ 문제는 지속적으로 붉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 헤드셋을 착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마, 콧등 등 안면부 부위 압박감이 심해진다. 2시간 이상 연속 사용하는 것이 힘들 정도이다. 

(사진=애플)
(사진=애플)

이런 안면부 압박감은 경험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헤드셋을 쓰기가 싫어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 VR 유저로서 고민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여러 보조 장치들이 이미 시장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개인별로 체감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확실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애플 비전프로 전용 의자 개발을 제안한다

VR은 체험형 기기이고 킬러 콘텐츠도 게임이다. VR 게임 ‘비트 세이버(Beat Saver)’의 경우 전신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유선 케이블이 걸리적 거리지 않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관련 기기를 천장에 설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VR게임이 전신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장시간 즐기는 콘텐츠들은 앉아서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플 비전프로는 확실히 앉아서 즐기는 기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이 공개한 사용 모습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소파 등 편안한 장소에 앉아서 즐기는 장면이 담겼다. VR 전용 의자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존 VR 시장에도 다양한 VR 전용 의자들이 출시돼 있다. 대부분 의자를 통해 보다 많은 입력(발로 작동 가능한 인터페이스, 레이싱 핸들, 좌우 회전 인식)이 가능하고 동시에 피드백(햅틱, 자동 회전 등)을 유저에게 제공하는, 즉 게임에 최적화된 경우가 많다.

(사진=애플)
(사진=애플)

일반 오피스용 회전 의자 디자인 제품인 'Roto VR Chiar'가 비교적 가정집에서도 사용해볼 만한 의자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디자인에 기초해 헤드레스트 위로 고정할 수 있도록 지지대를 설치하고, 탄력성이 있는 줄이 헤드셋을 잡아준다면 '무게'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머리 위로 무게를 지지해주는 지지대가 있을 경우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장력이 발생함에 따른 부담감이다. 

분명한 건 '애플 비전프로'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컴퓨팅 환경을 가상의 공간으로 옮겨오는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을 실현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무게'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이유다. VR 콘텐츠의 부흥과 애플 기기의 선전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전용 의자 개발을 제안해 본다. 

AI포스트(AIPOST) 이성규 스닙팟 대표 shalomei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