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챗GPT)

젠슨 황과 이재용, 정의선. 세 거물이 강남 치킨집에서 70분을 함께한 광경에 전국이 술렁였다.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공급 발표라는 결과도 중요했지만, 더욱 의미 있었던 건 국민들이 그 자리에 주목했다는 사실 자체다. 치킨을 먹는 재벌들의 소탈함이 아니라, 그들이 논의하는 주제인 인공지능(AI)과 GPU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국운이 달린 생존 경쟁임을 말이다. 광주는 국내 어느 도시보다 먼저 AI 육성을 외쳤다. 광주는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인 국가AI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엔비디아 H100 GPU를 탑재한 88.5페타플롭스 규모의 연산 능력을 갖춘 인프라를 자랑한다. 

광주는 2020년부터 4269억 원을 투입한 AI집적단지를 조성하고,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를 통해 12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배출했다. 막대한 투자와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체감하는 ‘AI 광주’의 존재감은 여전히 희미하다. 몇 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주는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에도 실패했다. 더불어 'AI 도시'로서 전국적인 인지도도 여전히 낮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X)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X)

미국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대명사로 각인된 것과 달리, 광주는 AI를 선점했음에도 상징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광주시는 정치적 메시지에 의존하며 '대통령 공약'과 '특별한 보상'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남도는 유치전의 본질이 ‘기업의 판단’에 달려 있음을 정확히 읽었다. 감성이 아닌 경제 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기업이라면 감성이 아니라 합리성으로 움직인다는 기본을 광주는 간과한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자립도 9.3%로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AI 인프라의 핵심은 전력, 냉각수, 부지다. 전력자립도가 사업과 무관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AI 산업은 전력을 먹는 산업이다.

데이터센터가 멈추는 순간, 모든 서비스가 중단된다. 이 점에서 전력자립도는 결코 부차적 요소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향후 5.4GW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린다는 전남 해남 솔라시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구나 부지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선의와 노력만으로는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광주가 꿈꾸는 실리콘밸리의 사례를 살펴보자.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엔비디아)

1939년 HP가 스탠퍼드대학 차고에서 시작된 이래, 이 지역은 인재·자본·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했다. 스탠퍼드대와 UC버클리대는 끊임없이 인재를 공급했다. 세콰이어캐피탈과 안데르센호로위츠 같은 벤처캐피탈도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단체장이 구글이나 애플을 만든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규제를 완화하고, 인프라를 지원하며, 기업이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을 뿐이다. 혁신의 주체는 언제나 민간이었다. 광주는 이 구조를 행정이 아닌 생태계의 문제로 읽어야 한다.

인식의 차이는 결국 도시의 미래를 가르는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시장과 구청장이 AI 기업을 직접 키울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자랄 토양을 만들 수는 있다. 2026년 6월 3일, 광주 시민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단체장 후보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AI를 이해하는가?",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있는가", "젠슨 황의 GPU가 왜 중요했는지 알고 있나" 

(사진=엔비디아)
(사진=엔비디아)

또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니라 시장 논리와 기업의 언어로도 대화할 수 있는 리더인지 물어야 한다. 적어도 '지방 소멸', '청년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말이다. 전통적으로 단체장에게 요구되던 '주민 민원 해결', '복지 확대', '지역 인프라 확충' 등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AI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는 충분하지 않다. 적어도 구청장급 리더들조차 AI와 스타트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앞으로 4년, AI 업계는 천지개벽할 것이다. AGI(인공일반지능)가 등장할 수도 있으며, 자율주행이 상용화될지도 모른다. AI 반도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격변의 시기에 광주의 리더가 구태의연한 행정가라면, 광주는 영원히 '먼저 출발했지만 뒤처진 도시'로 남을 것이다. 혁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리콘밸리도 처음부터 실리콘밸리가 아니었다. 한적한 농촌에서 HP 하나로 시작해, 수십 년에 걸쳐 오늘의 위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광주에는 그런 시간이 없다. 

(사진=광주광역시)
(사진=광주광역시)

AI 경쟁은 이미 초고속으로 진행 중이고, 뒤처지는 순간 격차는 돌이킬 수 없이 벌어진다. 광주가 가진 국가AI데이터센터, AI집적단지, AI사관학교는 여전히 귀중한 자산이다. 문제는 이것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로, 관 주도가 아니라 민간과의 협업으로, 단기 전시 행정이 아니라 장기 비전으로 움직일 리더가 필요하다.

2026년 광주 시민들의 선택은 단순히 시장이나 구청장을 뽑는 일이 아니다. 광주가 진정한 AI 도시로 거듭날 것인지, 아니면 구호만 요란한 평범한 지방도시로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시민의 선택이다. 혁신의 산실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만들 사람을 뽑는 것은 시민의 몫이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대표·발행인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