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과학 영화 속 장면 현실로
AI 여자친구, 美 청년들에 인기
인종, 나이, 몸매 취향대로 선택
NLP 기반 구축…성적 대화 척척
"출산율 낮은데, 인류 미래 암울"

AI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사진=DreamGF)
AI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사진=DreamGF)

자신이 선호하는 외모를 가진 인공지능(AI) 여자친구와 은밀한 대화를 즐긴다면 어떨까. 신체도 성격도 모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여성과 말이다. 단순한 챗봇과의 대화가 아닌 서로 간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열정적인 수준까지 이를 수 있을까. 상상 속에서나 혹은 SF(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이라고 생각할 듯 싶다. 

그러나 이는 먼 미래를 그린 SF 영화가 아닌 현실 속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AI 여자친구'가 사회적인 의제가 되고 있고, AI 활용 범위가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최근 등장한 AI 여자친구 플랫폼이 화두가 되면서 미국의 미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0일(현지시간) 블로그 플랫폼 미디엄(Medium)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 등 주요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AI 동반자, AI 여자친구 등과 관련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검색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매달 'AI 관계 봇'과 관련된 검색이 7만 3천 건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AI 여자친구(AI girlfriend)'에 대한 월간 검색량은 매달 4만 9,500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니즈를 반영하듯 관련 앱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드림GF(DreamGF)라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림GF는 외모, 성격, 취미, 유머 감각 등을 모두 선택한 뒤 이른바 가상세계에서 유저의 이상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 여자친구를 생성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사진=DreamGF)
AI 여자친구를 생성하는 단계에서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사진=DreamGF)

브라질,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일본, 아시안 등 다양한 국적의 외모로 생성할 수 있고, 나이대도 다양하게 선택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자신이 원하는 몸매를 선택하는 기능도 눈길을 끈다. 특히 역할극 채팅으로 새로운 관점을 탐색하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 드림GF의 설명이다. 

드림GF는 단순한 대화를 넘어 에로틱한 환상의 충족을 제공하며 연애를 시뮬레이션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매력을 느끼게 끔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정교한 자연어 처리(NLP) 알고리즘을 활용해 AI 챗봇이 현실적이고 역동적인 방식으로 사용자 입력을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구축됐다고 한다. 

이처럼 AI 여자친구를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가는 가운데 최근 미국 유력 정치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AI 여자친구가 남성들을 망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일(현지시간) 더힐에 보도된 기고문에 따르면 젊은 세대 남성들이 같은 연령대 여성들과 비교해 혼인율이 현저히 낮고, 친구들과의 사회적 관계도 위태로운 수준이라고 한다.

기고문을 작성한 미국 내 통계학자이자 세인트 루이스 워싱턴 대학 교수인 리버티 위터트(Liberty Vittert)는 앞서 언급한 남성들이 AI 여자친구와 교제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는 인간 여성과 관계를 갖지도 않고, 결혼도 하지 않으며 아기를 갖지도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분석된다. 15년 전과 비교해 현재 미국의 출산율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여성 한 명당 아이들 수도 지난 60년 동안 50% 이상 감소했다고 보도됐다. 

(사진=미드저니)
(사진=미드저니)

이러한 출산율 저하로 인해 향후 미국 내 일할 사람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8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보건의료 분야에서 사회보장 수혜자 1인당 42명의 근로자가 있었다면, 현재는 수혜자 1인당 2.8명의 근로자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 AI 여자친구를 주머니에 넣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리버티 위터트 교수는 "인공지능 여자친구라는 개념이 농담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이제 재미로만 볼 수 없다"며 "그것은 외로운 남자들이 아이가 없이도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버티 위터트는 AI 여자친구가 향후 10년도 되지 않아 미국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에서 이러한 인공지능 여자친구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해외 젊은 남성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로움의 일상화와 잠재적인 인류의 미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혼 남성뿐만 아니라 기혼 남성들이 'AI 여자친구'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이로 인한 사회적, 가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야기되는 법적, 윤리적 논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포스트(AIPOST) 유진 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