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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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야. 아버지여. 하영 기다렸지?"

제주 4·3 당시 세상을 떠난 고(故) 김병주 선생이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으로 돌아와 딸에게 남긴 말이다. 김병주 선생의 딸 김옥자 할머니는 5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어 얼굴조차 모른다는 김옥자 할머니는 올해로 여든이 넘은 노인이 됐다.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된 아버지의 영상이 나오자 제주4·3추념식이 열린 4·3평화공원 장내는 눈물바다가 됐다. 76년 만에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인 셈이다. 김병주 선생과 그의 가족은 1948년 당시 제주시 화북리 곤을동으로 거처를 옮겼고, 집에 묶어두고 온 소 여물을 주러 나섰다가 토벌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5살이던 김옥자 할머니만 홀로 살아남았다. 김 할머니는 남아 있는 사진이 없어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할 수도 없었다. 이에 제주도는 김 할머니의 사연을 올해의 유족 사연으로 선정하면서 아버지의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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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재현된 김병주 선생.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AI로 재현된 김병주 선생.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AI로 재현된 김병주 선생.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AI로 재현된 김병주 선생. (사진=제주특별자치도 공식 유튜브)

김병주 선생의 모습은 유족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수천 장의 인물 사진을 참고해 제작됐다. 공개된 영상에서 김병주 선생은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김옥자 할머니를 다정하게 부르는 모습이 담겼다. AI로 구현된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며 김 할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슬픔에 잠긴 추념식장에서 뒤이어 가수 인순이가 ‘아버지’라는 곡을 부르며 유족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은 내레이션을 통해 "옥자 할머니의 70여 년은 정지된 시간이었다. 4·3의 피바람은 이렇게 긴 세월이 무색하게 여전히 5살 옥자인 팔순 노인을 남겨 놨다"고 말했다.

한편 3일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1분간 울린 묵념 사이렌을 시작으로 제76주년 4·3추념식이 봉행됐다. 유가족과 정치권 인사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추념식 말미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한아름, 도란도란 합창단 등도 '바람의 노래' 공연을 통해 4·3 영령의 넋을 달랬다. 

AI포스트(AIPOST) 유진 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