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 신문 등을 보다 보면 '딥테크'가 강조되는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핀테크, 빅테크라는 용어가 이제서야 익숙해지기 시작했는데 또 새로운 용어가 들려오니 머리가 지끈해질 것이다. 도대체 '딥테크'가 뭐길래, 기업들과 미디어가 주목하는 것일까. 이에 AI포스트(AIPOST)가 최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딥테크 新혁신' 시리즈를 게재한다.
새로운 기술적 혁신을 추구하는 '딥테크'
NIA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딥테크'는 투자사 프로펠(엑스)의 창업자인 스와티 차뚜르베디가 소프트웨어 중심의 하이테크와는 다른, '생명과학', '에너지', '청정 기술', '컴퓨터 과학', '재료 및 화학 분야'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신생 기업들을 분류하기 위해 고안한 용어다.
이를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고도화하고 정교화 시켜 왔다고 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딥테크를 기술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창출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기술을 기준으로 '딥테크'를 정의하기 불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딥테크를 어떻게 특정지을 수 있을까. 첫번째로 딥테크는 기초 과학 기반의 연구 개발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NIA 연구진은 주목했다. 따라서 고등 교육 기관과 연구 기관의 역량 그리고 연구 생태계 수준이 중요하다는 것. NIA 연구진은 "연구 성과의 성패와 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하버드 대학에서 출간한 ‘딥테크 창업가정신: 연구실에서 영향력까지(DeepTech Entrepreneurship:From Lab to Impact)’ 라는 보고서의 제목이 이 내용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테크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불확실성이 높아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언급했다. 딥테크는 기초 과학에서부터 그리고 근본 원리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응용 기술을 조합하는 기존 방식보다 더 많은 연구 개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고 했다. 이 대신에 딥테크 연구 개발이 성공했을 때는 독보적 기술 우위로 시장을 선도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세번째로 딥테크 기업들은 문제 중심적 또는 미션 중심적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문제에 대한 복잡하고 근원적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단번에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과 프로세스를 체화시키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주로 디자인-구축-테스트-학습(Design-Develop-Test-Learn)와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계속 역량을 축적하고 강화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딥테크는 디지털 영역을 넘어 실체가 있는 대상을 연구 개발 영역으로 한다고 한다. 기존 하이테크가 대부분 디지털 영역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대비된다면서 지금까지 기술에 너무 집중해서 사람은 없고 기술만 존재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 표현했다. 연구진은 "즉, 물리적 실체가 있는 실존하는 사람들이 문제의 중심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해석 가능하다"며 "그래서 딥테크는 유형적이고, 이에 대한 규제 받는 제품과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하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고 첨언했다.
글로벌 시장 동향은?…에스토니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 딥테크에 높은 관심
NIA 연구진은 "최근까지 글로벌 경제 성장을 견인한 3차 기술 혁신 파동의 핵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시스템이 있다"면서 "그 결과로 미국 전체 기업 가치는 전세계 나머지 모든 국가를 합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를 뒷받침하며 성장한 중국의 전체 기업 가치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 수치는 기술 혁신을 이끈 연구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이끌어 왔던 국가 또는 지역이 얼마나 많은 부와 효익을 가져가는지 보여준다는 것. 동시에 이 수치들은 4차 파동인 딥테크에 대한 기대와 혜택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라고 짚었다.
기술 혁신 4차 파동인 딥테크에 대한 지원 정책과 문헌 연구는 EU를 포함한 유럽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딥테크에 대한 관심도 최근 유럽이 가장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 예로 지난 3년간 또는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1년간 딥테크에 대해 관심이 높았던 TOP 10 지역을 뽑아보면 유럽 및 관련 국가들이 독보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유럽 외 등장한 싱가포르 및 이스라엘 등은 국가 생존을 위해 새로운 혁신을 빠르게 찾는 국가이며 이들을 제외하면 다 유럽 및 관련 국가로 나타났다. 유럽 중에서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및 프랑스가 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보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투자 금액은 역시 미국 '독보적'…“스타트업 생태계 잘 녹아 있는 美”
2020년부터 2022년간 투자된 금액을 살펴보면 본사 기준으로 미국이 1.7천억 달러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이는 투자 금액 관점에서도 미국이 딥테크 스타트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그 다음이 유럽으로, EU에서 영국을 포함한 금액으로 총 520억 달러다. 340억 달러를 투자한 중국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EU에서 영국이 탈퇴했기 때문에 EU만으로 보자면 중국이 2위이고 EU가 3위가 된다. 딥테크 관심도에서는 미국이 낮아보이기는 해도 실제 투자가 더 많은 이유는 첫째 미국의 투자 수준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더불어 미국은 딥테크를 별도 분류해 정의하기 보다 미국의 기존 혁신 시스템과 우세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녹여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반해 유럽은 딥테크로 명확히 별도 정의하고 성장동력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유럽이 딥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유럽의 재도약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연구진은 “산업 혁명이라는 1차 기술 혁신 파동의 기반이 되었던 유럽의 위상을 이제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며 “그래서 다시 한번 유럽이 기술 혁신을 선도해 전세계 패권을 잡아보기 위한 방안으로 딥테크에 관심을 갖고 투자 및 지원하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유럽이 딥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
유럽이 딥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그 내부에서도 찾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이 제시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은 소비시장은 크지만 기술과 부품 및 천연자원에 대해서 수입에 크게 의존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딥테크를 통해서 부품과 천연자원을 소비 및 수입을 줄이고 기술을 확대시켜 경제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 EU 내 노동 가능 인구의 비중이 점점 감소하는 등 노동 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예상으로 노동 가능 인구가 2022년 59%에서 2100년 50%가 된다고 한다. 자동화 등으로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딥테크가 필요하다. 셋째,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매우 높다. 북미보다 약 5배 더 높아 유럽 내 산업 경쟁력 약화 및 가처분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로 인해 철 제련, 화학, 비철금속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 그래서 유럽은 기존 에너지 체계를 넘어선 새로운 성장 동인인 기술과 산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넷째, 유럽 내 전략적 자율성과 조화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 5년간 EU는 27개국을 아우르며, 공정 경쟁의 장을 조성하고 기술·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정책과 규제를 만들었다. 그러므로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딥테크에 적합한 환경일 수 있다.
다섯째, 유럽은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높다. EU는 2050년까지 CO2 배출 없는 최초의 대륙이 되는 의욕적인 기후 정책을 마련하고 있어 딥테크에 대한 니즈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