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영화, 음악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예술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을 두고 미국에선 아직까지 논쟁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이 활용된 영화나 음악 등이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을 거머쥐며 예술계의 'AI 활용' 논란이 보다 빠르게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AI 도구가 예술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 '브루탈리스트'가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촬영상, 음악상을 받았다. 브루탈리스트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헝가리 출신 유대인 건축가 라즐로 토스(에이드리언 브로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브루탈리스트는 스토리, 연기, 음악 등 영화적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여 제작진은 수상의 기대를 접어야 했다. 영화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
할리우드에선 AI를 두고 배우와 작가들이 파업을 벌일 정도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브루탈리스트 제작진은 헝가리어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의 발음을 교정하는 데 AI 기술을 활용했다. 더불어 건축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AI를 활용한 영화가 아카데미(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생겼다. 여기에다 주연 배우인 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남우주연상 수상도 물 건너 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브루탈리스트가 오스카상 3개 부문을 석권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오스카 수상자(작)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투표로 가려진다. AMPAS 회원들은 세계 굴지의 영화인들로 구성돼 있다. 세계적인 영화인들이 영화 제작에 AI를 활용했다는 점을 알고도 '브루탈리스트'의 작품성을 인정한 셈이다.
다만 작품상과 감독상을 '아노라'에게 뺏긴 점을 두고 일각에선 AI를 활용한 점이 발목을 잡았을 수도 있다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AI는 최근 음악계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인공지능(AI)으로 존 레논의 목소리를 살려내 화제가 됐던 비틀즈의 마지막 싱글 'Now And Then(나우 앤 덴)'이 그래미 '최우수 록 퍼포먼스 상'을 수상했다.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비틀즈는 마지막 싱글 '나우 앤 덴'으로 최우수 록 퍼포먼스 수상자로 호명됐다.
2023년 11월 발매된 '나우 앤 덴'은 존 레논이 1970년대 말 뉴욕 집에서 제작한 데모 테이프에 들어있던 미완성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I로 존 레논의 보컬을 추출한 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연주를 더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전에도 테이프를 기반으로 노래를 제작하려고 시도했으나 기술적 한계로 무산됐었다. 하지만 2021년 머신 러닝 기술로 악기와 보컬을 분리해 노래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영화계의 경우 AI 도입에 대한 반발이 더욱 심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오스카상 수상작을 보면, 영화계도 시대적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AI를 활용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라고 밝혔다.
AI포스트(AIPOST) 유형동 수석기자 aipostkorea@naver.com

